이에 따라 주요 로펌들은 공정거래 전문팀을 강화하고, 공정위 출신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기업 제재가 결과적으로 공정위 공무원들의 퇴직 이후를 보장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공정위 권한 갈수록 강화될 듯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말 종무식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시장의 룰을 명확히 하고 반칙하는 기업에는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권 위원장은 올해 시무식에서도 “카르텔이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경쟁 제한적인 기업 결합에 대한 규율 강화를 통해 경쟁원리가 우리 경제의 기본원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강도 높은 기업 규제를 예고했다.
최근에는 공정위가 영장 없는 계좌추적권(금융거래정보요구권)을 무제한으로 가질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재계 검찰’을 자처하는 공정위의 권한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 결과 및 정유, 제당, 석유화학업계의 담합 행위에 대한 처리 결과가 잇따라 나올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 로펌들, 공정위 출신 인사 영입 경쟁
이처럼 각 기업의 공정거래 관련 업무가 중요시되자 이들을 ‘고객’으로 하는 로펌들도 최근 몇 년간 공정위 출신 관료를 영입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조학국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고문으로 영입했고, 법무법인 율촌은 이석준 전 공정위 독점감시팀장을 영입했다. 율촌에는 오성환 전 공정위 상임위원도 고문으로 있다.
또 법무법인 태평양은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서승일 고문과 공정위 독점국에서 근무한 장재군 씨, 옛 통상산업부 아주통상1과장을 지낸 표인수 미국 변호사 등으로 공정거래팀 진영을 갖췄다.
허선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선임 컨설턴트로 영입한 법무법인 화우는 매월 공정위 고위관계자, 변호사, 학계 인사 등을 중심으로 한국경쟁포럼을 열고 있다. 법률사무소 형태인 김앤장에는 김병일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고문으로 있다.
○ 관련 팀 통째로 스카우트해 가기도
대형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법무법인 바른의 공정거래팀 인력을 모두 스카우트했다. 대형 로펌이 전문 분야의 소형 로펌을 인수 합병한 일은 있지만 특정 팀을 통째로 영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팀은 공정위 송무기획단장을 지낸 임영철 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공정위 출신 변호사 3명의 작은 팀이지만 지난해 공정거래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공정거래 시장은 로펌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최근 대형 로펌들이 기업법무팀에 속해 있던 공정거래팀을 떼내 별도 부서로 구성하면서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대형 로펌이 공정위 출신 인사 영입 등에 수억 원의 돈을 쏟아 붓고 있어 중소형 로펌은 진입하기 힘든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국내 주요 로펌의 공정거래팀 현황 | ||
로펌 | 공정위 출신 영입인사 | 주요 수임 사건 |
광장 | 조학국 고문-행정고시 13회, 전 공정위 부위원장 | 항공사 유류할증료 부과 관련, 부당공동행위 |
세종 | 안희원 고문-행시 15회, 전 공정위 상임위원 임영철 변호사-사법시험 23회, 전 공정위 송무기획단장 | 동양제출화학 기업결합, 마이크로소프트 과징금 부과 |
율촌 | 오성환 고문-행시 14회, 전 공정위 상임위원 이석준 미국변호사-행시 28회, 전 공정위 독점감시팀장 | SK텔레콤 서울음반 인수건, 하이트맥주 진로 인수건 |
태평양 | 서승일 고문-행시 10회, 전 공정위 상임위원 장재군 전문위원-전 공정위 담당관 | LPG 가격담합 학습지 가격담합 |
화우 | 김용 고문-행시 10회, 전 공정위 상임위원 허선 선임 컨설턴트-행시 17회, 전 공정위 사무처장 | 이랜드 까르푸 인수 교복 가격담합 |
가나다 순, 자료: 각 로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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