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 “2만달러시대 환율덕 아니다” 민간硏분석 반박 논란

  • 입력 200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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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일 “한국이 올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더라도 ‘환율 효과’ 때문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민간 연구기관들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조기 달성은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에 크게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본보 6일자 3면 참조
▶2만달러 시대 일찍 왔는데, 2만달러 시대 같지 않구나

기획예산처는 10일 발표한 ‘주요국 1인당 국내총생산 2만 달러 달성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1995년의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평균 771원으로 올해 예상치 929원에 비해 낮았다”고 밝혔다.

예산처는 이를 토대로 1995년의 환율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시기가 2004년으로 앞당겨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간 원화환율 상승이 오히려 국민소득 증가 속도를 늦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무리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예산처가 환율 비교시점으로 잡은 1995년은 원화 가치가 한국의 경제수준에 비해 높게 평가된 시기였고 이 같은 고평가가 외환위기를 불러온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한 만큼 1995년을 기준시점으로 잡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

현 정부가 ‘2만 달러 시대’를 외치기 시작한 2003년의 평균 원-달러 환율(1192원)로 계산한다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5000∼1만5500달러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2000년 이후 한국의 국민소득은 83.8% 증가했지만 이 중 실질소득 증가가 기여한 몫은 38%포인트에 그치며 국민소득 증가의 절반 이상이 환율(30.5%포인트)과 물가(15.3%포인트)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정형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하락한 달러화의 가치를 고려한다면 1980, 1990년대에 선진국들이 달성한 2만 달러는 한국이 올해 달성할 2만 달러보다 훨씬 크고 실질소득 수준도 높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처가 이례적으로 이런 자료를 내놓은 것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현 정부의 ‘업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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