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직원 가족 표정]“어젯밤에도 통화했는데 웬 날벼락”

  • 입력 2007년 1월 11일 03시 00분


피랍된 대우건설 근로자들의 가족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말을 잃은 채 무사귀환만을 간절히 바랐다.

경기 부천시에 살고 있는 사원 박용민(32) 씨의 어머니 강경순(58) 씨는 “용민이가 엊그제도 전화를 걸어와 ‘여기는 안전하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터져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5년 결혼한 박 씨의 부인(28)은 3월에 첫아이를 출산할 예정이어서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애타게 만들고 있다. 올해 말까지 나이지리아에서 근무해야 하는 박 씨는 출산을 앞둔 부인을 만나기 위해 다음 달 3주짜리 휴가를 받아 귀국할 예정이었다. 박 씨는 지난해 8월 대우건설에 입사해 곧바로 나이지리아에서 근무해 왔다.

최종진(39) 과장의 경기 동두천시 자택에서는 부인과 쌍둥이 자녀가 불안 속에서 무사귀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7월 나이지리아 현장에 부임한 최 과장은 지난달 귀국해 가족과 휴가를 보낸 뒤 지난달 31일 다시 나이지리아로 떠났다.

남편과 헤어진 지 불과 열흘 만에 피랍 소식을 들은 최 과장의 부인은 “어젯밤에도 씩씩한 목소리로 통화한 남편이 납치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지금껏 리비아 등 힘든 해외 공사 현장에서 어렵게 일해 온 남편이 이번에도 무사히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문식 차장의 부인 홍모 씨는 “어젯밤 전화를 할 때도 남편에게 ‘위험하니까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변이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에 사는 김종기(47) 반장의 아버지 김진석(73) 씨는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냐”며 아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만을 빌었다. 어머니 김묘수(72) 씨는 “정말 우리 아들이 맞느냐”고 물은 뒤 말을 잇지 못하고 쓰러졌다.

사원 최재창(28) 씨의 어머니 이순희(57) 씨는 이날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부산 중구 영주동 집을 비웠다. 이 씨는 15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아들을 키워왔다. 이웃 주민들은 “재창이는 지난해 11월 나이지리아로 떠나기 전 ‘혼자 계신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며 이웃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인사했을 정도로 효심이 지극하고 반듯한 청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부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동두천=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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