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수입차 딜러인 R사에서 현대차를 판매하는 이고리 그리샤노프 씨는 “7월 이후 차량이 제때에 들어오지 않는 바람에 현대차를 선호하던 러시아 고객도 다른 외제차 판매소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러시아 제3의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수입차를 판매하는 S사 사장 불라트 마가데예프 씨도 “현대차를 주문했던 딜러와 고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파업 소식을 접한 뒤 계약을 파기하는 일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2004년과 2005년 연속해서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현대차는 지난해 파업 여파로 공급이 달리면서 7월에 포드에 크게 뒤진 뒤 하반기 내내 힘겨운 승부를 벌였다.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클릭 엑센트 아반떼 등 배기량 1600cc 미만의 중소형차도 하반기부터 환율이 치솟으면서 포드와 도요타의 소형차에 밀렸다.
포드와 도요타는 차량 신규 및 대체 수요가 폭발하는 시장에서 현대차를 추격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지난해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던 포드는 하반기 유럽 수출 물량을 러시아로 돌리며 물량 공세를 폈다. 도요타도 상반기부터 러시아 수출 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현대차의 입지를 흔들었다.
판매 대수가 아닌 수출액과 판매 수익 순위에서는 도요타가 이미 2005년부터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 수입차 전문가들은 “고가 차종이 많은 도요타가 5대를 팔 때 현대차가 10대를 팔아야 수익이 비슷하다”고 본다.
도요타는 지난해 현대차와 판매 대수 격차도 5000대 미만으로 줄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정몽구 회장 구속 뒤 러시아 내 조립공장 투자 기회도 놓쳤다. 경쟁업체인 도요타, 포드, GM, 폴크스바겐은 러시아 내에 대규모 조립공장을 짓거나 이미 완성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를 고비로 포드에 밀린 데다 이제 도요타에 물량에서도 쫓긴다. 이제는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 수입차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뼈아픈 지적이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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