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이번 삼성전자 인사에서는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그동안 상당한 성과를 이뤄낸 부문은 한층 힘을 실어주고 실적이 비교적 부진했던 부문에 대해서는 수장을 교체, 새 진용을 갖춤으로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뜻이라는 관측이다.
이같은 관측은 그동안 삼성전자 안팎에서 거취를 두고 관심을 모았던 윤종용 대표이사 부회장을 유임시킨 것에서도 드러난다.
윤 부회장이 97년 삼성전자 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총사령관' 역할을 하며 주요 부문의 세계 기업 성장을 이끌어온 만큼 휘하의 '수장' 일부를 보강해 줌으로써 더욱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윤우 부회장이 맡아오던 기술총괄 부회장은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승진 발령됐다.
삼성그룹은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에 대해 "약 7년간 정보통신총괄을 이끌면서 '애니콜 신화'로 휴대전화 사업을 그룹의 대표적인 일등사업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개발분야를 총괄해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기술총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전체 R&D를 총괄하는 3만4000명의 인력을 지휘하는 중책"이라며 이 부회장의 승진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정보통신 부문 영업이익이 2005년 2조3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7000억원으로 줄어들고,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5년 28.5%에서 지난해 25.1%로 감소하는 등 최근 실적이 저조했던 것도 이번 인사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후임에는 디지털미디어총괄 최지성 사장이 전보 발령돼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을 이끌게 됐다.
최 사장은 2003년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을 맡은 뒤 '디지털 르네상스'를 선포하며 TV사업 진출 34년만에 세계 매출 1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지난해 본사기준으로 매출 1조4500억 원에 영업익은 1500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TV 사업은 보르도와 모젤 등의 인기로 지난해 TV 전체, 평판 TV, LCD TV 3대 부문의 수량과 매출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으며, 108억달러 매출을 기록해 TV 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즉 향후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반도체와 TV분야에서 그의 성공경험을 정보통신분야에 접목함으로써 21세기 디지털 융합화 시대를 지속적으로 리드해나간다는 게 삼성그룹의 전략이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은 총괄내 디지털프린팅사업부를 이끌어온 박종우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삼성그룹은 또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이현봉 사장을 서남아총괄사장으로 전보 발령했으나 후임은 선임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은 그동안 실적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해왔으며, 이에 따라 향후 부사장 체제로 전환되거나 조직 개편에서 다른 총괄에 흡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이밖에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메모리제조담당 김재욱 사장을 기술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으로 전보 발령하고, 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 사장에게 삼성코닝 대표이사 사장을 겸직토록해 삼성코닝정밀유리의 기판유리 사업과 삼성코닝의 백라이트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삼성그룹은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해온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과 LCD총괄 이상완 사장 등 나머지 사장단을 유임시킴으로써 이들 사업에 한층 힘을 실어줬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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