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이 시작됐다

  • 입력 2007년 1월 20일 03시 01분


그림=최남진 기자
그림=최남진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신설 직책인 최고고객경영자(CCO·Chief Customer Officer)를 맡아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실적이 부진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은 사업부로 격하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해 19일 발표했다.

▽본보 19일자 A2면 참조▽

▶ 삼성 이재용 전무 경영전면 나선다

조직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CCO 직책의 신설이다. CCO를 맡은 이 전무는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글로벌 기업과 주요 투자자, 일반 고객을 모두 관리하면서 새로운 제휴관계와 투자자를 탐색하는 업무도 맡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비즈니스의 동향을 파악해 새로운 사업에 접목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CCO 조직은 삼성전자의 일반 관리업무를 관할하는 경영지원총괄(최도석 사장) 산하가 아닌 별도 조직으로 만들어진다. 이 전무는 사장들이 아닌 윤 부회장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하는 등 위상이 한층 강화돼 경영권 승계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또 사장급이 맡아오던 생활가전총괄을 시스템가전사업부와 합쳐 최진균 부사장 휘하의 사업부로 격하하고 윤 부회장이 직접 보고를 받기로 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사업에 대해 조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줌과 동시에 최고경영자(CEO)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생활가전부문은 2005년과 지난해 연속 적자를 냈다.

이와 함께 16일 그룹 사장단 인사 때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된 기술총괄 조직을 확대, 강화했다. 기존 조직 이외에 제조기술담당을 신설해 김재욱 반도체총괄 메모리제조담당 사장을 임명했으며 디지털솔루션센터도 배치했다.

윤 부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개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사업성과를 반영하려 했다”며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CCO는 무슨 일 하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최고고객경영자(CCO)라는 다소 생소한 직책을 갖게 됐다. CCO는 코카콜라 등 해외 일부 기업에서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전문가들도 낯설어할 정도로 사용 빈도가 높지는 않다.

해외 기업들과 경영학자들은 CCO를 ‘고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내는 임원’으로 해석한다. 이 정의는 다분히 일반 고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전자에 신설된 CCO는 일반 고객을 넘어서 해외 거래처와 주요 협력사, 투자자 등과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비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재용 CCO는 우선 인텔이나 애플 등 해외 고객사의 고위층과 만나 삼성전자의 기술과 사업 비전을 공유하는 역할을 맡는다.

협력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알아내는 것과 주요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업무에 포함된다.

일반 고객의 요구와 세계 비즈니스의 흐름을 파악해 미래전략을 짜고 삼성전자의 신사업을 구상하는 역할도 할 예정이다.

이 전무는 19일 해외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CCO로서 삼성전자가 전자업계의 트렌드를 잘 파악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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