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 ‘선심 인사’ 시작되나

  • 입력 2007년 1월 20일 03시 01분


《“공기업에 어디 빈자리 없습니까?” 정치권에서 20여 년간 잔뼈가 굵은 여권 인사 K(49) 씨는 요즘 정부 고위직에 있는 지인(知人)들에게 전화를 돌리느라 바쁘다. 정치권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요동치는 상황이라 공기업 감사만 한 자리도 없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희망대로 ‘한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현 정부 임기가 사실상 마지막 해를 맞은 데다 대통령 지지도 급락과 여권의 내홍(內訌)까지 겹치면서 ‘신(神)이 내린 직장’이란 말까지 듣는 공기업 임원을 희망하는 인사들 사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 CEO 12명-감사 10명 교체

19일 본보 취재 결과 31개 주요 공기업(정부출자기관) 가운데 올해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공기업은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12개(38.7%)에 이른다.

또 감사가 바뀌는 곳은 도로공사 한국조폐공사 등 10개(32.3%)로 최고경영자(CEO)와 감사를 합한 62명 가운데 22명(35.5%)이 연내에 교체된다.

공기업 기관장이나 감사는 상당한 사회적 지위와 함께 높은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 기관장의 연봉(2005년 결산 기준)은 7547만∼7억1120만 원으로 평균 2억2763만 원이다. 또 감사의 연봉은 7899만∼4억8540만 원, 평균 1억8552만 원이다.

한 경제관료는 “공기업 기관장이나 감사는 공식적인 연봉 외에도 활동비 등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유무형의 보상이 많아 ‘물밑경쟁’이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 끊임없는 ‘낙하산 인사’ 논란

업무도 중요하고 보상도 큰 자리이기 때문에 공기업 임원 선임은 능력 위주로 이뤄지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기관장이나 감사가 선임될 때에 자주 ‘보은(報恩) 인사’나 ‘코드 인사’ 논란이 일었고 이는 현 정부에서 더 심해졌다.

현재 31개 공기업 CEO 중 청와대에서 일했거나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인연을 맺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던 사람은 7, 8명에 이른다.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출신으로 17대 총선에서 부산 중-동구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던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열린우리당 정무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88관광개발의 김기영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감사 자리는 문제가 더 심하다. 31개 공기업 감사 중 절반을 넘는 17, 18명 정도가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민원제안비서관 출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 양민호 감사, 노무현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위 조직본부 부위원장이던 대한석탄공사 이동섭 감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정연주 KBS 사장 재임명 강행이나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선임을 둘러싼 물의 등 현 정부가 임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도 낙하산 인사 비판에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주 논란을 빚어 왔다.

○ 법 바뀌면 관행 바뀔까

정부는 올해 4월 공공기관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공기업 임원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은 임원을 선임할 때 구성하는 임원 추천위원회에 사원이 추천하는 외부인사를 참여하도록 하는 등 복잡한 인사검증 장치를 두도록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 공기업 인사 관행을 볼 때 아무리 제도를 보완하더라도 정권의 ‘의지’가 따르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병완 예산처 장관도 최근 “임원 선임 관련 제도적 장치는 거의 완벽한 수준”이라며 “중요한 것은 운영 과정에서의 의지와 관행의 정립”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낙하산 접나 펴나… 한전을 보라

4월 공공기관 운영법 시행전 임원 인사… 정부 의지 시험대

올해 4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에 앞서 이뤄질 한국전력 사장과 한전의 5개 발전(發電) 자회사 사장의 후임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화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마지막 대규모 공기업 임원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가 공기업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는 시금석(試金石)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19일 이사회를 열고 3월 24일로 임기가 끝나는 한준호 사장의 후임을 고르기 위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후임 사장은 이 위원회가 공모를 통해 최종 후보 3명을 추천하면 산자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한전 5개 발전 자회사의 사장 공모도 이르면 2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 사장의 임기는 4월 1일까지다.

3월에는 남동발전 여익구 감사, 중부발전 강기룡 감사, 동서발전 이차웅 감사의 임기가 끝난다. 연간 1억8000만여 원(2005년 결산 기준)을 받는 자리다.

한전 자회사는 ‘상법상의 회사’인데도 기획예산처 장관이 사실상 감사를 추천하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용산지구당 선대위원장을 지낸 여 감사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강 감사의 경우 정치권의 ‘보은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31개 주요 공기업 기관장 및 감사 현황
구분직책이름임기 만료연봉(원)주요 경력
농수산물유통공사사장정귀래2007년 10월1억8885만미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 KOTRA 무역진흥본부장
감사강동원2007년 12월1억8318만2002년 대선 노무현 후보 조직특보, 전북개혁신당연대 상임대표
대한광업진흥공사사장이한호2009년 12월8070만공군참모총장, 한서대 초빙교수
감사양민호2007년 6월7899만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전문위원, 대통령비서실 민원제안비서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사장홍기화2008년 4월2억3777만KOTRA 부사장, KINTEX 사장
감사정재실2007년 6월1억5373만감사원 감사관, 감사원 감사
대한석탄공사사장김지엽2007년 1월1억7568만홍중물산 부사장, 석탄공사 기획조정실장(후임 인선 중)
감사이동섭2007년 1월1억7019만2002년 대선 노무현 후보 선대위 조직본부 부위원장, 한반도재단 총무국장(후임 인선 중)
대한주택공사사장한행수2007년 1월1억8152만삼성E&C 회장, 열린우리당 재정위원장(후임 인선 중)
감사성백영2009년 10월1억7838만서울고검 사무국장,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북 상주에 출마
대한주택보증사장박성표2008년 2월3억1941만건교부 기획관리실장,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
감사김성철2008년 10월국민은행 부행장,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남 무안-신안에 출마
부산항만공사사장추준석2007년 1월2억1200만통상산업부 차관보, 중소기업청장(후임 인선 중)
감사이병환2007년 1월1억1600만SPW KOREA 대표, 부산정치개혁추진위원회 대표(후임 인선 중)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이재희2008년 6월2억187만TNT Express 북아시아 지역 사장, 유니레버코리아 회장
감사이명식2008년 6월1억680만국민회의 기조국장, 2002년 대선 노무현 후보 경기 고양덕양을 선대위원장
인천항만공사사장서정호2008년 7월1억1000만해양수산부 해양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
감사고남석2008년 7월8160만2002년 대선 노무현 후보 지방자치특보.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인천 연수에 출마
중소기업은행행장강권석2007년 3월5억7600만금감위 기획행정실장, 금감원 부원장
감사윤종훈2009년 12월4억700만부산지방국세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88관광개발사장김기영2007년 4월9466만열린우리당 정무위 부위원장, 국정자문위원
감사이효재2009년 5월8004만민주평통 자문회의 연천군 협의회장, 한국해양방제조합 감사
한국가스공사사장이수호2008년 11월2억4597만LG상사 사장, 부회장
감사배석범2009년 3월1억7019만민주당 지도위원, 민주노총 지도위원
한국감정원원장장동규2007년 12월1억7987만건교부 주택도시국장, 기획관리실장
감사장세영2007년 3월1억4569만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장, 열린우리당 전남도당 선거관리위원장
한국공항공사사장이근표2008년 3월2억1079만경기지방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감사권형우2008년 4월1억4042만대구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대구 달서을 출마
한국관광공사사장김종민2008년 4월1억5130만문화체육부(현 문화관광부) 차관, 경기관광공사 사장
감사강영추2008년 5월1억4332만열린우리당 중앙위원, 개혁국민정당 기획위원장
한국교육방송공사(EBS)사장구관서2009년 9월1억3158만교육인적자원부 평생직업교육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
감사최준근2009년 9월1억1434만방송위원회 기획관리실장, 연구센터장
한국농촌공사사장안종운2007년 2월1억8211만농림부 차관보, 차관
감사박병용2009년 1월1억7699만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에 출마, 열린정책포럼 정책자문위원장
한국도로공사사장손학래2007년 6월8450만건교부 도로심의관, 철도청장
감사이상익2007년 1월1억2596만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남 창원갑에 출마(후임 인선 중)
한국방송공사(KBS)사장정연주2009년 11월1억6184만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이사
감사변원일2009년 12월1억4063만KBS 인력국장, 감사실장
한국산업은행총재김창록2008년 11월7억1120만재경부 경제협력국장, 금감원 부원장
감사 문창모2008년 2월4억8540만재경부 총무과장, 관세심의관
한국석유공사사장황두열2008년 11월2억3529만SK㈜ 부회장, 경총 부회장
감사이수만2008년 7월2억3346만대검 사무국장, 서울지검 사무국장
한국수자원공사사장곽결호2008년 9월1억7767만환경부 차관, 장관
감사김재호2008년 10월1억7465만대농 기획실장, 상무이사
한국수출입은행행장양천식2009년 9월6억3700만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 금감위 부위원장
감사최정상2008년 4월4억4200만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한국조세연구원 국제조세교육센터장
한국자산 e=2>관리공사사장김우석2007년 12월2억6100만재경부 국제금융국장, 세무대 학장
감사장광명2007년 6월2억1291만감사원 국책사업감시단장, 감사교육원장
한국전력공사사장한준호2007년 3월2억5334만산자부 기획관리실장, 중소기업청장
감사곽진업2008년 7월2억4755만부산지방 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한국조명기술연구소이사장김종학2009년 2월7547만대금중전기 대표이사
감사이원규2007년 2월㈜선광 사장(조기 사퇴에 따라 후임 인선 중)
한국조폐공사사장이해성2008년 6월1억4450만MBC 베이징특파원,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감사조성두2007년 2월1억4219만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전문위원,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기획단 자문위원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김영남2008년 7월2억4927만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이사장, 해양부 차관
감사장남진2009년 1월1억9678만전남도의회 의원, 2002년 대선 노무현 후보 대외협력특보
한국철도공사사장이철2009년 10월8450만국회의원, 2004년 총선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 북-강서갑 출마
감사안호성2009년 10월8340만감사원장 비서관. 2006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삼척시장 선거 출마
한국토지공사사장김재현2007년 11월2억77만토공 택지본부장, 부사장
감사최교진2008년 11월1억9816만전교조 충남지부장, 열린우리당 대전시창당준비위 상임위원장
한국투자공사사장홍석주2009년 8월3억조흥은행장, 한국증권금융 사장
감사안홍철2008년 7월2억5000만재경부 서기관, 세계은행 수석금융 스페셜리스트
각 기관은 가나다순. 연봉은 2005년 결산 기준.
대한주택보증, 한국조명기술연구소는 정부에 감사 연봉을 제출하지 않았음.
자료: 기획예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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