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15대책에 이어 올해 1·11대책까지 연이은 대출과 분양가 규제 정책으로 매수세가 위축돼 수천만 원이 낮은 급매물이 등장해도 팔리지 않고 있다.
전세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1월 하순이지만 예년과 달리 겨울방학 특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 규제 등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거래 침체가 재건축에 이어 일반아파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며 매매가의 선행지표인 전세도 침체돼 있어 단기적으로 매매, 전세가가 동반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일반아파트 매매가도 빠진다
재건축에 이어 인기지역의 일반 아파트도 기존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출현하며 시세 하락의 전조를 알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롯데캐슬은 1·11대책 이후 3000만~5000만 원 정도 하락해 41평형의 경우 12억 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서초구 서초동에도 올 들어 매수세가 위축되며 시세보다 5000만 원 이상 낮춰서 팔겠다는 집주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치동 K공인 사장은 "대책 발표 후 사정이 급한 사람은 급매물이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지 거래가 안된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도 시세보다 5000만~8000만 원 빠진 급매물이 등장했다. 목동7단지 27평형의 경우 7억5000만 원이던 것이 7억 원, 35평형은 12억7000만~12억8000만 원이던 12억 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살 사람이 없다.
W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불안하고, 9월 이후 분양가 상한제, 청약 가점제 시행을 앞두고 있어 기존 주택 매수를 꺼리는 것 같다"며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도 아직 호가는 그대로지만 매도자들이 시세에서 5% 정도 낮춰 팔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시범단지 삼성한신 32평형의 경우 매매 호가가 7억~8억 원선으로 3000만~4000만 원은 깎아줄 수 있다는 분위기다.
재건축은 1·11대책 발표 후 추가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매물이 늘고, 지난 주 들어 2000만~3000만 원 떨어졌지만 매수자의 발길은 뚝 끊겼다.
과천의 경우 주공2단지 18평형은 시세보다 최고 1억원 가량 9억 원짜리, 주공 1단지는 5000만 원 이상 싼 6억5000 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와 있다.
거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서초동 S공인 사장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자 부담이 큰 1주택자와 양도세를 피하려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큰 평수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이 자금사정상 집을 팔려고 해도 안 팔려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전세, "한달 지나도 안나가"
전세 시장도 '방학특수'가 실종되면서 물건이 쌓이고 있다. 한달이 넘도록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일부 비어있는 집도 있다.
명문 8학군의 대명사인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예년 같지 않게 전세 물건이 남아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지난해 말 2억5000만 원이던 것이 2억4000만 원, 34평형은 3억5000만 원에서 3억2000만 원으로 올 들어 전셋값이 1000만~3000만 원 가량 하락했지만 소화가 안된다.
M공인 사장은 "서울시 교육청이 광역학군제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대학입시 때 고교 내신성적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아지는 등 입시 환경이 바뀌면서 명문학군 선호도가 퇴색해가는 것 같다"며 "한달 이상 안 나가는 전셋집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양천구 목동도 마찬가지다. 신시가지 7단지 35평형의 경우 지난해 말 3억5000만 원이던 것이 2억9000만 원으로 6000만 원 빠졌고, 27평형은 2억 원에서 3000만 원 떨어진 1억7000만 원에도 전세가 안나간다. 지난 주 스피드뱅크 조사에서 양천구 전셋값은 -0.15%로 5개월만에 하락했다.
목동 S공인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신학기 수요가 몰려 전세계약이 거의 끝났어야 할 시점인데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목동의 중학교는 과밀학급으로 외부에서 전학이 금지돼 있고, 고등학교는 내신 성적 때문에 신규 전세 수요가 사라진듯 하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가을 신혼부부 등이 몰리며 전세난이 심했던 마포구도 지금은 전셋값이 1000만~2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신공덕동의 J공인 관계자는 "쌍춘년 결혼수요가 사라졌고, 지난 가을 전세난으로 임대 수요가 매수 수요로 돌아선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과천의 경우 전세가 빠지지 않아 비어 있는 집도 있다. 과천 중앙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전세 만기가 되어도 전세가 안 나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부터 가는 사람도 있다"며 "이러다 역전세난이 심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용인시는 새 아파트 청약자격 확보하려는 사람이, 서울 강북 일부는 싼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가 움직이며 전셋값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최근 매매, 전세시장 침체는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전세는 봄 이사철이 되면 소폭 오를 수 있지만 매매 값은 단기적으로 10% 정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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