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세계의 돈이 물결친다

  • 입력 2007년 1월 27일 03시 11분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포스트 브릭스 국가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한국 기업들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베트남 호찌민 시내의 삼성전자 휴대전화 광고판 앞을 오토바이와 자전거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포스트 브릭스 국가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한국 기업들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베트남 호찌민 시내의 삼성전자 휴대전화 광고판 앞을 오토바이와 자전거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지난해 베트남에는 일본의 세계적인 오토바이 제조회사 야마하를 비롯해 전자회사인 산요와 캐논 등이 잇달아 진출했다. 이들 회사 대부분은 브릭스의 선두 주자인 중국에서 벌였던 사업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전문가들은 이를 날로 높아지는 인건비와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규제가 촉발한 ‘탈(脫)중국 현상’의 하나로 보고 있다.

김영웅 KOTRA 베트남 하노이무역관장은 “많은 일본 기업이 중국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투자처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기업의 대(對)베트남 투자액은 10억 달러로 2005년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세계 ‘돈의 물줄기’가 브릭스에서 포스트 브릭스로 옮겨 가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2003년 말 “앞으로 50년 동안 세계경제를 이끌 것”이라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을 ‘브릭스’로 지칭한 지 불과 3년여 만이다.

이러한 급속한 ‘탈 브릭스 현상’은 2000년대 초 세계 각국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일제히 브릭스에 뛰어들면서 그 시장이 이미 경쟁이 극심한 ‘레드오션’으로 변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브릭스 국가를 상대로 한 한국은 수출 증가율도 2003년 48.5%, 2004년 41.1%, 2005년 26.5%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포스트 브릭스는 브릭스 국가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고 위험도 더 크지만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매력이다.

○ 제2의 중국으로 도약

베트남은 2000년 이후 연평균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제2의 중국’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인텔사(社)가 6억500만 달러를 투자해 호찌민 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등 베트남 시장을 선점(先占)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베트남 투자계획부에 따르면 미국의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106개 기업이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특히 올해 초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그동안 해외자본의 투자가 금지됐던 통신 금융 유통 분야 등이 황금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관광 및 의료 산업을 앞세워 포스트 브릭스 그룹에 끼어든 태국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창설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태국의 인구는 64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이 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아세안 5억 명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아프리카공화국은 꿈틀거리는 아프리카 대륙의 선두 주자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남아공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취임 후 세 번째로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남아공에 부채를 탕감해 주고 차관을 제공하면서까지 시장의 관문을 넓히려 하고 있다.

과거 남아공을 지배했던 영국도 남아공에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영국의 바클레이스 은행은 남아공 최대 소매금융 은행인 압사(ABSA)를 사들인 데 이어 영국의 세계적 통신회사인 보다폰도 남아공의 보다컴의 지분을 인수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제조회사도 이곳에 생산기지를 잇달아 세우고 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이 없어지면서 흑인들이 경제력을 갖게 됐고 이는 곧 내수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더욱이 남아공의 국내총생산(GDP)은 2004년 현재 2131억 달러로 아프리카 53개국 총 GDP의 27%를 차지한다.

풍부한 자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크롬, 망간, 백금 등의 생산량은 세계 1위.

한국수출입은행 수은경제연구소 유광훈 과장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자원 외교’가 갈수록 중요해짐에 따라 선진국들이 남아공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KPMG는 남아공이 2010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어서 통신, 고속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에 따른 경제 효과가 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 풍부한 자원, 넘치는 오일 머니

카자흐스탄은 2004년 대형 유전(油田)이 발견되면서 포스트 브릭스 대열에 합류했다. 2004년 카자흐스탄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82억9000만 달러로 전년(46억 달러)의 2배에 이른다.

넘쳐 나는 오일 머니로 낡은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는 수요도 많아졌다.

독일의 시멘트 회사인 하이델베르크시멘트는 이미 카자흐스탄 5대 시멘트 회사 중 두 곳의 지분을 75%씩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두 곳 중 한 곳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건설 분야 확대로 시멘트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중동의 중간에 위치한 터키는 내수시장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시장 공략의 교두보라는 게 장점이다. 유럽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노동력도 싸 유럽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 1∼8월 외국인 투자 금액은 124억7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30억6000만 달러에 비해 3배 넘게 많아졌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TVT… E7… IBSA… VRICs…

쏟아지는 신흥시장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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