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 기승… 빌라값 석달새 두배로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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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1∼6월) 중 발표될 ‘분당급 신도시’ 후보로 꼽혀 가격이 급등한 경기 용인시 모현면 빌라 단지(왼쪽). 26일 오후 용인시 흥덕지구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차장에 ‘떴다방’ 업자들이 출현하자 단속반원이 다가가 제지하고 있다. 용인=강병기 기자·연합뉴스
올해 상반기(1∼6월) 중 발표될 ‘분당급 신도시’ 후보로 꼽혀 가격이 급등한 경기 용인시 모현면 빌라 단지(왼쪽). 26일 오후 용인시 흥덕지구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차장에 ‘떴다방’ 업자들이 출현하자 단속반원이 다가가 제지하고 있다. 용인=강병기 기자·연합뉴스
“빌라 있어요?”(고객)

“없어요.”(부동산 중개업소 사장)

“돈은 몇천만 원이라도 더 드릴 테니 대기자 명단에 꼭 좀 넣어 주세요.”(고객)

“글쎄, 매물이 안 나온다니까요.”(사장)

24일 오후 경기 광주시 오포읍 ○○부동산. 남자 고객 4명이 “빌라 매물을 소개해 달라”며 사정을 하고 있었다.

정부의 연이은 대책으로 부동산 거래 시장이 숨죽이고 있지만 ‘분당급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광주시 오포읍과 이와 인접한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일대는 아직도 ‘묻지 마’ 투기 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현지 주민들은 정부가 신도시 조성 계획을 졸속으로 발표하면서 되레 투기 열풍을 조장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거센 투기 바람

서울 등지에서 몰려든 외지인들이 이 지역의 3, 4층짜리 빌라(연립주택) 사재기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분당급 신도시 조성’ 발표 이후다. 모현면 왕산리와 일산리 일대에는 지난해 9월까지 70∼80개의 빌라 매물이 쌓여 있었으나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한 달 만에 쌓인 매물이 바닥났다.

시세도 폭등해 지난해 7000만∼8000만 원에 거래되던 오래된 30평형대 빌라는 현재 두 배 가까운 1억3000만 원 선까지 올랐다.

현지 중개업소 직원은 “전화가 하도 많이 걸려와 머리가 띵할 정도”라며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이 값을 불문하고 빌라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빌라가 투기꾼들의 표적이 된 것은 아파트나 토지에 비해 값이 싼 데다 신도시로 확정되면 2억∼4억 원가량의 웃돈이 붙을 수 있는 아파트 입주권이나 이주자택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빌라 판 원주민이 다시 빌라 전세로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 단기간에 투기 열풍에 휩싸이면서 빌라를 판 원주민들이 다시 빌라 전세로 들어가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값이 많이 오른 틈을 타 지난해보다 수천만 원을 더 받고 빌라를 팔았지만 애초에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을 갚고 나면 비슷한 크기의 집을 마련하기에는 돈이 모자라 다시 인근 빌라에 전세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에 사는 주부 김모 씨는 최근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과거처럼 평온하게 살 수 있도록 제발 신도시 지정을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건교부 장관에게 호소했다.

김 씨는 부동산 가격이 뛰기 전에 빌라를 싸게 판 일부 노인들은 집을 헐값에 팔았다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토지 값도 급등

빌라보다는 열기가 뜨겁지 않지만 아파트와 땅도 투기 바람의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9월 2억5000만 원에 거래되던 용인시 모현면 S아파트 32평형은 현재 3억20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또 인근 P아파트 32평형은 같은 기간 1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33% 올랐다.

토지 가격은 신도시 후보지 외곽지역이 특히 급등했다. 지난해 8, 9월에 평당 100만 원 선이던 용인시 처인구의 포곡읍, 양지면 논밭의 시세는 현재 평당 120만 원 선까지 올랐다.

용인시 왕산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신도시로 수용되는 토지는 잘해야 시가(時價)로 쳐서 보상받을 수 있지만 신도시 후보지 외곽지역은 신도시 개발에 따른 파급효과 덕에 오히려 더 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천, 하남 등은 비교적 차분

다른 신도시 후보지인 경기 과천∼안양시 일대, 하남시,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 서울공항 일대, 서울 송파구 등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이들 지역은 오래전부터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돼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곳이 많아 현재 거래가 주춤한 상태다. 일부 후보지는 분당급(594만 평) 신도시로 개발하기에는 터가 좁다는 평도 받고 있다.

그러나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주변의 시세는 최근에도 오르고 있다. 과천시 갈현동과 선바위역 일대는 대지 시세가 지난해 1월 평당 800만 원이었는데 최근에는 1200만 원으로 올랐다.

송파신도시 예정지인 거여동 역시 지난해 1월 매매가 6억 원이던 동아아파트 35평형이 지난해 12월에는 6억6000만 원에 거래되었다.

광주·용인=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안양·과천=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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