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증권사 손잡고 은행에 맞선다

  • 입력 2007년 1월 31일 17시 21분


'카드사와 증권사가 손잡고 은행에 맞선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증권사와 제휴를 맺고 'CMA 체크카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CMA 체크카드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연 4% 대의 높은 이자를 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잔액 범위내에서 즉시 결제가 되는 체크카드의 장점을 결합한 상품.

지난해 11월 삼성카드가 삼성증권과 손잡고 첫 선을 보인 이후 현대, LG, 신한카드가 최근 줄줄이 증권사와 제휴해 CMA체크카드를 내놓았다.

롯데카드도 31일 대신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4월 중 CMA 체크카드를 내놓기로했다.

●'전업계 카드사에 체크카드는 계륵?'

지금까지 체크카드는 사실상 은행의 전유물이었다.

체크카드는 연체위험이 없기 때문에 계좌만 있으면 바로 발급이 가능하다. 신용카드를 갖기 어려운 무직자나 대학생들도 쉽게 발급받을 수 있고, '빚이 싫어' 카드 사용을 기피하는 소비자들도 체크카드에는 거부감이 덜 했다.

은행들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공격적인 체크카드 마케팅에 나섰다.

국민은행 계열인 국민카드의 경우 체크카드 회원수가 2005년 말 372만9000명에서 2006년 말 556만6000명으로 1년 만에 50%나 늘어났다. 신용카드 회원수 888만의 63%에 이르는 수치.

이에 반해 전업계 카드사는 체크카드 결제를 위해 0.5%대의 계좌이용 수수료를 은행에 내야하는 점 때문에 체크카드 영업이 최근까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연회비, 할부결제, 현금서비스 수익이 전혀 없는데다, 5만 원 이하 소액결제가 대부분이어서 고정비 비중이 높다"며 "은행수수료까지 내고나면 수익이 날 수가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래서 전업계 카드사는 체크카드를 내놓긴 했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현재 신용카드 회원이 1044만 명인 LG카드의 체크카드 회원수는 212만 명에 그친다.

여신협회는 체크카드 비중은 이용액 기준으로 전체 카드시장의 5% 미만이라고 밝혔다.

●'CMA와 손잡고 은행에 맞선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귀한 손님'이 CMA다.

연 4%대 높은 이자를 주면서도 수시입출금, 자동이체가 가능한 CMA는 최근 잔액이 10조 원을 넘어설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체크카드 기능까지 더해지면 CMA는 사실상 은행 보통예금과 다를 바 없는 편의성을 갖추게 된다.

카드사로서는 전국적으로 깔려있는 증권사 객장을 접점으로 활용해 CMA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처럼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계좌이용 수수료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업계 카드사들은 구체적인 제휴 조건을 밝히지않고 있지만 증권사에 0.2~0.3%대의 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경제인구 1인당 3.3장 이상을 쓰는 '레드오션'의 신용카드 시장에서 CMA 체크카드 시장은 보기드문 '블루오션'"이라면서 "업체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항공사 마일리지, 포인트 적립, 영화 놀이공원 할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CMA 체크카드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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