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최근 디젤엔진 모델인 ‘E220 CDI’(사진)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벤츠와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진 디젤엔진은 잘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벤츠는 1936년 세계 최초의 디젤 승용차 ‘260D’ 생산을 시작한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줄곧 디젤 자동차시장을 선도해 왔다.
다만 디젤 승용차를 억제해 온 정책과 ‘소음 진동 매연’에 대한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의 거부감 때문에 디젤엔진이라는 옷을 입은 벤츠를 소개하지 못했을 뿐이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의 판매율이 10%를 넘어서자 벤츠도 용기를 내서 디젤모델의 수입을 결정했다. 과거의 디젤엔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자신감도 바탕이 됐다.
E220 CDI의 운전석에 앉아 시동키를 돌렸더니 엔진의 소음과 진동은 참을 만했다. 무딘 운전자라면 디젤임을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다.
주행성능은 벤츠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벤츠 고유의 여유로운 운전과 고속주행 안정감은 잃지 않았다는 뜻이다.
연료소비율(연비)은 가솔린엔진 모델인 E350의 두 배 수준이다. 서울 시내주행은 L당 10∼12km, 고속도로는 16∼18km에 달했다. 초고속 주행을 해도 14km는 갈 수 있었다.
한 번 주유로 서울∼경주 왕복 750km를 달리고도 100km의 시내주행이 가능했다. 이 정도 연비라면 유지비용 때문에 벤츠 구입을 망설였던 사람은 욕심을 낼 만도 하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다. 판매가격(6490만 원)을 낮추기 위해 전조등은 고선명(HID) 방식 대신 일반 할로겐램프를 넣었다.
햇빛 가리개 뒤에 있는 화장거울에는 국산 중형차에도 있는 조명등이 없어 보조석에 탄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보조석 시트의 앞뒤 이동도 수동이어서 불편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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