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中대학생들 투잡 교수에게 왜 몰릴까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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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교수 노릇도 못 해 먹겠네.”

최근 중국에서 강의에만 전념하는 교수라면 한번쯤 해 봤을 푸념이다. 대학원 입학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부자 교수’에게만 몰리기 때문이다.

예전엔 학식이 높은 교수가 최고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외부에 ‘제2의 직장’ 없이 학교에서 월급만 받는 신세라면 ‘파리 날리기’ 십상이다. 겸업 교수에게는 석박사과정 지원자가 정원의 2, 3배나 몰리지만 강단에만 있는 교수는 할당 인원도 못 채우기 십상이다.

지난달 20, 21일 치러진 올해 대학원 입학고사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했다. 시험을 앞두고 대학교수를 평가하는 모 인터넷 사이트가 ‘부호(富豪) 교수’ 명단이라며 학교와 기업에 동시에 몸담고 있는 교수 명단(표 참조)을 올렸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의 총재나 이사장 총경리 등 최고경영진에 몸담고 있었다.

학생들이 겸업 교수에게 몰리는 건 이들에게 지도받으면 전도(前途)가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부 프로젝트가 많아 학생들이 공동 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 당연히 실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

또 연구에 참여하면 프로젝트 비용도 일부 지원금 명목으로 받는다. 연간 2만 위안(약 240만 원)에 이르는 대학원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부모가 대 주는 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원을 졸업하면 강단에만 있는 교수보다 ‘관시(關係)’가 넓은 겸업 교수가 더 나은 일자리를 알선해 줄 수 있다. 일석삼조(一石三鳥)다.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일부 학생은 오전에 회사 가고 오후에 강의하는 교수가 어떻게 강의에 전념할 수 있고 전공 분야 실력을 연마할 시간이 있겠느냐고 비판한다. 부자 교수를 따르는 학생도 ‘전도(前途) 아닌 전도(錢途)’를 찾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요즘 중국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아카데미의 이론을 곧바로 검증해 보고 사회 경험을 곧바로 강단에서 가르칠 수 있으니 훨씬 효율적이고 국가나 개인,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또 겸업을 하는 교수는 전체의 1% 안팎에 불과하다. 겸업 허가는 그만큼 실력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중국 부호 교수 명단 (전체 중 일부 무순)
이름교수직겸임직
천자오우(陳兆武)칭화(淸華)대 교수베이징지자오(北京吉兆)전자유한공사 이사장
커우지쑹(寇紀松)톈진(天津)대 부교장톈진톈차이(天財)공사 이사장
리즈창(李志强)칭화대 겸직교수칭화쯔광(紫光) 총재
리쥔((려,여)軍)중국사회과학원 겸직교수수광(曙光)공사 총재
류지런(劉積仁)둥베이(東北)대 부교장둥베이대 소프트웨어그룹 이사장 겸 총재
류지펑(劉紀鵬)수도경제무역대 교수표준자문고문유한공사 이사장
류지성(劉冀生)칭화대 교수청웨이(成偉)관리고문공사 이사장
류샤오광(劉曉光)베이징궁상(工商)대 교수서우촹(首創)그룹 총경리
루즈청(陸致成)칭화대 교수칭화퉁팡(同方) 총재
마치위안(馬啓元)하버드대 교수스다이촹신(時代創新)투자관리유한공사 이사장
자료: 궈지짜이셴(國際在線)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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