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마당발]남양유업 박건호 부사장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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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본다는 각오로 대하면
되레 득보는 게 사람장사죠”

남양유업 박건호(60·사진) 대표이사 부사장은 1978년 경력 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공기업에 다니다가 대리로 입사한 지 25년 만인 2003년에 대표이사가 됐으니 발탁 인사나 파격 인사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한 단계, 한 단계 밟아서 올라가는 과정에서 ‘인맥’의 도움을 받지는 않았을까.

“남양유업은 연고나 파벌을 따지는 회사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에는 파벌도 없습니다. 단지 저는 회장님이 잘 보셔서 이 자리에 올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회사 오너에게 잘 보일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회사 오너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은 뒤 “이익을 많이 내고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을 CEO에 앉히고 싶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을 아는 ‘마당발’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활동 영역인 유가공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당발’이다.

30년 가까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쏟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가공업계에서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친분을 쌓게 된 사람도 많아졌다고 한다.

그의 휴대전화에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는 300여 명 중 상당수는 유가공업계 관계자들이라고 한다. 300여 개의 전화번호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 1년에 한두 차례 이상 연락하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다.

단지 유가공 분야에서 같이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친해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그가 사람들을 대하는 스타일은 남양유업이 품질관리 하는 방법과 닮은 데가 있다. 남양유업은 원유(原乳)를 공급받는 목장주들에게 지독할 정도로 철저한 대신 대금 지급은 현금으로 정확한 날짜에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 대표도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 않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그 뒤에는 자신이 손해 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확실한 신뢰를 갖기 전에는 저도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번 마음을 준 친구에 대해서는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습니다.”

어렵게 사귄 사람들과 어떻게 친분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는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우선 모든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교류를 시작하면 먼저 베풀어야 합니다. 사람을 대할 때 내가 좀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대하다 보면 오히려 손해를 덜 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직원이 CEO한테 ‘잘 보일 수’ 있는지 물었다.

“물론 능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CEO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조직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봅니다. 그런 직원들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회사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남양유업 박건호 대표이사 인맥 지도
신우회(제물포고 동문 CEO 모임)양태진 ㈜한화 대표이사, 최병후 고려해운 대표이사, 유병월 대한칼소닉 대표이사, 서민원 오공산업 대표이사이병락 대한생명 전무
북악경제인 포럼고재일 동일토건 회장, 윤종웅 하이트 사장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가공 관련 전문가 모임김기성 박사, 이수원 성균관대 교수, 곽해수 세종대 교수, 박승용 연암대 교수, 김세헌 고려대 교수
유가공업계 원로 모임전화진 전 유가공협회장, 이흥구 전 유가공협회장윤영호 중앙대 교수, 이한동 전 매일유업 대표 박세범 전 서울우유 전무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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