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태광 ‘우리홈쇼핑’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롯데와 태광그룹, 두 사돈 기업 간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홈쇼핑의 경영권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두고 싸움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룹의 자존심을 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양상이다.

○ 롯데 “신임이사 4명 모두 선임”

지난해 롯데쇼핑은 우리홈쇼핑 지분 53.03%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랐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롯데에 앞서 우리홈쇼핑의 지분을 46%까지 꾸준히 사 모아 경영권 획득 일보 직전에 있었다.

태광은 법적 소송까지 내며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 부당하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자 롯데 측은 이달 23일로 예정된 우리홈쇼핑 주주총회를 앞두고 4명의 신임 이사 모두를 자기 측 사람으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두 그룹은 ‘사돈 사이’로 불린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사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측이 우리홈쇼핑의 공동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화해의 가능성이 거의 물 건너간 분위기다.

지난해 롯데쇼핑이 여러 차례 “우리홈쇼핑을 인수할 생각이 없다”고 알려 오다 기습적으로 인수를 한 사실에 대해 태광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 이번 주 주총이 고비될 듯

일단 이번 주 주총이 고비가 될 듯하다.

두 그룹이 23일 이전에 극적으로 타협해 4명의 신임 이사를 2 대 2 정도로 나눠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해피 엔딩’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롯데가 4명의 신임 이사를 자기 측 사람들로 채워 넣는다면 태광은 계열사인 티브로드를 통해 우리홈쇼핑을 곤란한 처지에 빠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티브로드는 케이블채널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로 경기지역 가입 고객만 300만 명이 넘는다.

티브로드는 우리홈쇼핑에 최악의 채널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롯데그룹은 티브로드 이외의 케이블 사업자들과 연대하는 식으로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1, 2대 주주의 분쟁이 계속된다면 롯데 측이 지난해 유일하게 인수에 성공한 우리홈쇼핑의 성공적인 재출발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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