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은 넓고 정보는 많다…기업의 ‘입’ 기업의 ‘힘’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최근 주요 기업에서는 언론과 거래기업, 소비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가교역할을 하는 홍보업무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해당 회사 및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를 개선하면 기업가치도 그만큼 커진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중이 커지면서 홍보담당 임원들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홍보맨으로 활동하면서 자리를 굳힌 임원도 적지 않고 언론계나 공직에서 기업 홍보임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본연의 업무는 소홀히 하면서 ‘사내(社內) 정치’에만 관심을 쏟는 임원도 없지 않다. ‘기업의 입’ 홍보 임원의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 4대 그룹 홍보임원들은 누구?

최근 대기업이 ‘보안’을 중요시하면서 경영현황 등 중요한 기업정보는 대부분 홍보 담당 임직원들을 통해서 나온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사업규모가 크고 계열사 수도 많다. 그만큼 홍보파트에서 챙겨야 할 일이 많아 그룹사정에 밝고 전략적 사고를 하는 임원이 홍보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삼성그룹 기획홍보팀 내 홍보파트장을 맡은 윤순봉 부사장은 16년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한 그룹 내 핵심브레인 가운데 한 명이다. 홍보실 근무는 처음이지만 삼성경제연구소와 언론사의 공동기획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주관했다.

윤 부사장을 보좌하는 임대기 전무는 삼성전자를 거쳐 제일기획에서 오랫동안 광고업무를 담당하다 2005년 7월 그룹 전략기획실로 옮기면서 언론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이용훈 부사장은 오랫동안 현대차 홍보를 담당한 ‘정통 홍보맨’이다. 지난해 현대차 비자금 사건 당시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을 적극 ‘방어’했다.

김봉경 기아차 전무도 현대그룹 문화실에서 오래 홍보를 맡았다. 1999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기아차 홍보실로 자리를 옮겼다.

SK그룹의 ‘홍보 사령탑’은 기업문화실장인 권오용 전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홍보부장,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담당 상무 등을 지낸 권 전무는 SK㈜와 소버린과의 ‘싸움’을 앞두고 2004년 영입됐다.

LG그룹의 정상국 부사장은 1990년부터 줄곧 홍보 업무를 맡아왔으며 현재 그룹과 LG전자의 홍보를 총괄하고 있다. 재계 전반적인 움직임에 밝은 정 부사장은 정보가 많고 친화력도 뛰어나다.

정 부사장을 보좌하는 전명우 LG전자 상무도 1983년 그룹 기획조정실 입사 이후 24년째 홍보 업무만 담당했다.

○ 언론계 등 외부영입 임원도 늘어나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홍보임원으로 스카우트돼 제2의 인생을 사는 임원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의 장병수 전무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2001년 롯데쇼핑 홍보실장으로 영입돼 지난해 전무로 승진했다. 평소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언론과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고 강조하는 그는 롯데그룹 홍보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듣는다.

삼성전자 이인용 전무도 1982년 MBC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하다 2005년 5월 삼성전자에 합류했고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삼성카드 박세훈 상무도 성공적 변신을 했다.

한화그룹 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장일형 부사장은 통상산업부, 삼성증권 방영민 상무는 재정경제부 공무원을 거쳐 민간기업 홍보맨으로 옮겨갔다.

○ 핵심 경영자도 배출

상위 4대 그룹 외에도 입사 이후 오래 홍보를 맡아 온 임원이 많다.

포스코 윤석만 사장도 1974년 공채로 입사해 포스코 재직기간 중 25년 동안 홍보업무를 맡아 와 사장으로까지 승진했다. 한 번 만난 사람이라도 상대방의 기호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고 챙기는 섬세함을 갖췄다. 윤 사장을 보좌하는 김상영 상무도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와 업무능력으로 상사들의 신임이 두텁다.

두산그룹 김진 사장은 1978년 OB맥주 입사 후 1984년 그룹 기획실로 옮기면서 줄곧 그룹 홍보를 담당해 왔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며 업무 파악 능력이 뛰어나다.

동양그룹 홍보의 산증인인 김영훈 전무는 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전무로 승진했다. 서글서글한 성격에 섬세한 업무능력을 보여 최근 그룹 내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효성그룹 엄성룡 전무도 기아차에서 오랫동안 홍보업무를 담당하다가 2002년 효성에 상무로 영입된 뒤 전무로 승진했다.

코오롱 최영택 상무도 LG그룹에서 홍보통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뒤 2004년 12월 코오롱으로 옮겼다.

현대중공업 권오갑 부사장은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고문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홍보담당 임원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사내 정치에만 신경을 쓰고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대외업무는 소홀히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재계에서는 “눈 밝은 CEO가 아니면 ‘월급 도둑’ 홍보임원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말도 나온다.

주요 그룹 홍보담당 임원
그룹소속직책이름나이출신 대학비고
삼성전략기획실부사장윤순봉51연세대 경영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지냄
전략기획실전무임대기51성균관대 신문방송삼성전자·제일기획 출신
삼성전자전무이인용50서울대 동양사MBC 기자 출신
삼성전자상무안홍진51한국외국어대 무역정통 홍보맨
삼성카드상무박세훈52연세대 사회조선일보 기자 출신
삼성생명상무고준호50숭실대 경제정통 홍보맨
삼성증권상무방영민48서울대 법학재정경제부 관료 출신
현대기아차현대차부사장이용훈57서울대 항공공학정통 홍보맨
기아차전무김봉경53연세대 행정정통 홍보맨
현대제철상무김종헌53강원대 경영
SK기업문화실전무권오용52고려대 정치외교외부 영입, 전경련 등에서 홍보업무
기업문화실상무이항수46인하대 무기재료공학
SK㈜상무이만우49서울대 경영
SK텔레콤상무조중래49고려대 화학공학
SK네트웍스상무이근필53고려대 농화학해외무역 전문가
LG㈜LG부사장정상국54연세대 철학정통 홍보맨
LG전자상무전명우47서강대 신문방송정통 홍보맨
LG화학상무조갑호49영남대 경제
롯데정책본부전무장병수55서울대 정치동아일보 기자 출신
롯데건설상무최형53중앙대 사진입사 이후 줄곧 홍보
포스코홍보실사장윤석만59중앙대 행정정통 홍보맨 출신 사장
홍보실상무김상영55서울대 경제
KT홍보실상무이길주52방송통신대 행정체신부 공무원 출신
GSGS홀딩스상무홍순기47부산대 경제
GS칼텍스전무김명환53성균관대 경영
GS건설상무장기주49고려대 영문
GS홈쇼핑상무조성구48서강대 경제
대한항공한진상무박남일54고려대 정치외교해외 영업통
현대중공업서울사무소부사장권오갑51한국외국어대 포르투갈어정몽준 전 고문의 측근
한화경영 기획실부사장장일형57서울대 경영통상산업부 관료 출신, 삼성전자 근무
대한생명상무손영신48고려대 농경제
두산홍보실사장김진54연세대 경영23년째 그룹 홍보 총괄
홍보실상무오세욱51서울대 서양사기획 자금 영업 등 거침
금호 아시아나전략경영 본부전무장성지54고려대 신문방송삼성전자 홍보과장 출신
하이닉스전략기획실상무보김정수48홍익대 전기공학엔지니어 출신
동부㈜동부상무김범호47서강대 경제
현대홍보팀부사장노치용55한국외국어대 경제현대증권 영업총괄 업무 겸임
신세계경영지원실상무박주성51경희대 신문방송홍보 경력 15년
CJCJ㈜상무신동휘44한양대 신문방송정통 홍보맨
LSLS전선이사장영호49연세대 신문방송정통 홍보맨, LG 출신
대림대림산업전무박종국52서울대 경제해외 영업통
동양동양시멘트전무김영훈54고려대 신문방송정통 홍보맨, 그룹 홍보도 총괄
효성홍보실전무엄성룡55한양대 기계공학기아차 홍보임원 출신
코오롱경영전략본부상무최영택53연세대 신문방송LG 홍보임원 출신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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