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된 준중형 해치백 승용차인 ‘씨드’는 성능 디자인 품질에서 수준급에 오른 모델이었다.
총주행 거리가 40km에 불과한 슬로바키아산 씨드 1.6L 자동변속기 모델을 1000km에 걸쳐 테스트를 했다.
동력 성능은 배기량 대비 특출한 점은 없었다. 직접 측정한 테스트 모델의 시속 0→100km 가속시간은 11.2초, 최고속도는 시속 185km였다.
인상적인 점은 핸들링과 차체 강성이다. 다소 과감한 운전을 좋아하는 유럽의 젊은이들 입맛에 꼭 맞을 것 같은 ‘탱탱’하면서도 숙성된 서스펜션(현가장치)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유럽의 자동차 전문잡지들도 씨드에 대한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시속 150km에서 연속으로 급히 차로 변경을 해도 씨드는 불안감을 주지 않고 여유를 부렸다. 시속 180km까지 올려도 다른 소형차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 거의 없고 직진성도 뛰어났다. 서스펜션의 설계뿐만 아니라 단단한 차체 강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다.
간결하면서 세련된 외부 디자인, 깔끔한 인테리어, 업그레이드된 내장재, 꼼꼼한 조립품질도 합격점이었다. 다만 실내 문열림 손잡이의 거친 마감상태 등 몇 가지 사소한 부분이 잘 만든 차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 아쉬웠다.
씨드가 비집고 들어가고자 하는 영역은 폴크스바겐 골프, 푸조 307, 포드 포커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간단치 않은 유럽 시장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망에서 열세인 기아차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액면 가치를 인정받을지가 관건이다.
씨드는 가솔린 1.4, 1.6, 2.0L와 디젤 1.6, 2.0L 등 5가지 엔진을 갖추고 있으며 유럽 현지 가격은 1500만∼2200만 원 선이다. 기아차 브랜드로 국내에 판매하지 않는 대신, 현대자동차가 같은 차체에 디자인을 달리해 올해 안에 국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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