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러시아 소매업 작년 13% 급성장

  • 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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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쇼핑하러 온 러시아인들이 지난해 말 모스크바대 앞에 문을 연 대형 유통업체 람스토르 매장 입구를 오가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25일 쇼핑하러 온 러시아인들이 지난해 말 모스크바대 앞에 문을 연 대형 유통업체 람스토르 매장 입구를 오가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25일 오전 11시 모스크바대 앞 람스토르 식품매장 입구. 쇼핑 카트에 물건을 실은 손님들이 줄지어 쏟아져 나왔다. 종업원 드미트리 이바노프 씨는 “지난해 11월 매장을 열었지만 주말 손님들이 갑자기 늘어 1층 통로 보수공사를 두 번 했다”고 말했다.

터키 상인들이 세운 람스토르는 러시아 매출액 9위의 식품 유통업체. 지난해 매출은 20%나 늘었다.

하지만 요즘 러시아에서 이 정도 성장률로는 장사를 아주 잘했다는 말을 듣지 못한다. 람스토르보다 덩치가 큰 코페이카의 매출 성장률은 70%였으며 러시아 1위 식품유통회사인 X5소매그룹은 50%에 이르렀다.

이바노프 씨는 “옆 건물에 독일 유통업체인 미디어막 등 생소한 업체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손님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요즘 러시아 신문을 펴면 소매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러시아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소매업은 평균 13% 성장했다. 모스크바 금융경제연구센터 이고리 폴랴코프 선임연구원은 “최근 러시아 소매업의 급성장은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힘든 ‘깜짝 놀랄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소매업의 고속 성장은 러시아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에 힘입은 바 크다. 작년 러시아의 월평균 명목임금은 1만700루블(약 38만2700원)로 전년보다 24.5% 늘었다. 공교육비와 의료비가 거의 들지 않고 저축 성향이 높지 않은 러시아에서는 중산층의 소득 증가가 곧바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독특한 식품 유통구조도 소매업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러시아 식품의 72%는 키오스크(길거리 판매대)와 노천 매점 등 재래시장을 통해 거래된다. 상위 유통업체 5곳이 거래하는 식품은 전체 시장의 8%뿐이다. 대형 소매업체의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 유통업체들은 몸집을 더욱 불리고 있다. 러시아 전역에 619개 체인점을 갖고 있는 X5는 올해에도 지방 매장을 100개 더 늘릴 계획이다.

월마트 카르푸 테스코 등 외국 유통업체들은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를 통해 시장 진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시장 환경이 불투명한 데다 각종 규제도 많아 외국 유통업체가 시장에 쉽게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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