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복제펀드’의 유혹

  • 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10분


비과세 혜택이 있는 ‘복제펀드’를 찾아라.

정부가 국내에서 설정한 해외펀드에 대해 주식양도차익에 붙는 세금(15.4%)을 면제해 준다고 발표한 후 역외펀드(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한국 밖에서 설정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본떠 한국에서 설정한 일명 ‘복제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러(mirror)펀드, 카피(copy)펀드, 쌍둥이펀드 등으로도 불리는 복제펀드는 모(母)펀드의 운용 방침과 자산구성 등을 베낀 상품.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이 지난달 24일 판매를 시작한 복제펀드 ‘슈로더차이나그로스펀드(주식형)’에는 한 달 만에 850여억 원이 몰렸다.

○ 모 펀드 먼저 살펴야

복제펀드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다 해외펀드 비과세 방침이 발표되면서 새로 ‘뜨고’ 있다. 외국계 운용사들이 속속 복제펀드를 선보이고 있으며 국내 증권사들도 복제펀드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슈로더투신은 지난달 중국 펀드 2개를 선보인 데 이어 26일부터 유럽 증시에 투자하는 ‘슈로더 유로 주식펀드’를 새로 팔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도 2일부터 ‘프랭클린템플턴재팬플러스주식형펀드’ 판매를 시작했으며 다음 달 추가로 일본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도 20일부터 명품 브랜드 기업에 투자하는 ‘기은SG럭셔리라이프스타일펀드’를 팔고 있다.

그러나 비과세 혜택 때문에 덮어놓고 복제펀드를 찾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투자증권 상품개발부 홍창표 팀장은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면 비과세 혜택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모 펀드가 어느 나라의 어느 종목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지, 과거 수익률을 어땠는지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 운용 방식, 수수료 등 확인해야

복제펀드라고 해서 100% 모 펀드와 같은 건 아니다.

복제펀드 운용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복제펀드에 모인 돈을 모 펀드에 그대로 집어넣는 방식이 있다. 사실상 모 펀드와 한몸인 셈이다. 가령 모 펀드 수탁액은 1조 원이고 복제펀드의 수탁액이 1000억 원이라면 이 1000억 원을 그대로 모 펀드에 넣어 모 펀드를 1조1000억 원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물론 파생상품을 이용해 환율변동 위험을 헤지(회피)하는 상품은 증거금을 예치해야 하기 때문에 복제펀드 수탁액 중 90% 정도만 모 펀드에 넣는 때가 많다. 이 펀드는 90%만 복제된 것으로 본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복제펀드의 80%가량이 이런 방식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하나는 복제펀드만 별도로 운용하는 방식. 주로 복제펀드의 수탁 규모가 크지 않은 때다.

복제펀드의 수탁액이 모 펀드보다 적으면 주가가 높은 종목을 충분히 살 수 없기 때문에 모 펀드와 똑같은 포트폴리오로 투자할 수 없고 복제 비율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80%만 복제됐다고 해서 복제펀드가 모 펀드에 비해 운용 성과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복제하지 못한 20% 종목의 수익률이 낮다면 오히려 복제펀드의 수익률이 모 펀드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슈로더투신 서 부장은 “하나의 모 펀드 아래 복제펀드가 여러 개 있다면 수수료 외에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투자방식에 따른 수수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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