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술업계에 따르면 일부 화랑에서 천경자를 비롯해 이상범 도상봉 이만익 변시지 김기창 윤중식 김형근 등 인기 화가의 위작들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만익, 변종하등 인기 화가의 위작을 판매해온 김모씨가 검찰조사를 받은 일이 있다. 이달 초에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가 변시지 화백의 가짜 그림을 진짜로 감정해 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불러오기도 했다.
위작 시비를 그대로 두고 그림 가격만 올린다면 많은 그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화랑 업계 관계자들은 “위작을 만들어 파는 사람, 위작을 유통시키는 화랑, 엉터리 감정소, 위작을 경매에 내놓는 경매사가 그림 시장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며 “위작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지 않고 1년 전 5억 하던 화가의 작품을 몇 달 새 10억, 30억으로 가격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쓴 소리를 했다.
미술경매사이트 포털아트 김범훈 대표는 “이런 구조에서는 화가에게 직접 진품을 구입한 사람도 몇 년 뒤에는 재판매가 어려워 진다”며 “작품을 보유한 사람이 구매자에게 진품임을 입증할 방법 자체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털아트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미술품을 판매하면서 작품을 배경으로 한 화가의 사진도 함께 공급하고 있다.
그는 “작품과 함께 찍은 화가 사진을 포함시키고 홈페이지에는 화가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며 “이에 힘입어 구매자들이 매달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경매 적립금도 매달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의 전 작품을 모아놓은 도록인 ‘카탈로그 레조네’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는 최근 ‘한국미술품감정 중장기진흥방안’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펴내고, 미술품 감정의 기초가 되는 ‘카탈로그 레조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달진 미술연구소장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현재 제대로 된 ‘카탈로그 레조네’가 있는 우리나라 작가는 장욱진, 김기창 화백 등 2명뿐이고 그나마 전 작품을 모아놨을 뿐, 개별 작품에 대한 세밀한 정보는 부족하다”며 “우리 미술계가 성장하면서 미술 자료도 늘어나고 있다. 그걸 어떻게 분류하고 기록해서 후세에 전할 것인가 고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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