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진출 10년 만에 나름대로 안착에 성공하며 ‘비제조업 분야의 해외 진출’이라는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이마트의 뒤를 이은 것은 국내 유통업계의 1인자 롯데쇼핑.
롯데쇼핑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백화점과 할인점의 해외 점포를 확대하며 ‘유통 수출’ 대열에 합류할 태세다.
국내 유통업계의 양강이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겨루는 모습은 국내 유통업계 전체에 큰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경쟁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중견 유통업체들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 이마트, 유통 수출의 개척자
신세계 이마트는 1997년 2월 1일 국내 유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상하이에 단독 점포인 1호점 취양점을 냈다. 이후 이마트는 월마트와 까르푸의 국내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몇 년 동안 국내 시장에 집중하다 다시 해외로 눈길을 돌린다.
2004년 상하이에 중국 2호점인 루이훙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마트는 상하이에 5개 등 모두 7개의 매장을 중국에서 운영 중이다.
중국 이마트는 중국의 일반적인 창고식 할인점과 달리 백화점처럼 고급스러우면서 편리하고 쾌적한 쇼핑 환경을 앞세우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런 전략은 중국 토종 할인점이나 까르푸 및 월마트 등 세계적인 업체와 이마트를 확실히 차별화하는 밑거름이 됐다.
중국 현지화 전략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마트는 중국인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거북(자라), 개구리, 미꾸라지, 양고기, 생선머리 등 이색 상품을 고객이 직접 만져 보고 원하는 부위를 골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현지화 전략이었다. 이런 노력 덕에 지난해 중국 이마트는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이마트의 중국 상륙 성공은 단순히 한 유통업체의 성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마트가 중국에 안착하면서 락앤락이나 신라면 등 국내 내수 상품들의 중국 진출도 한결 쉬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부터 중국 이마트는 중간 수입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한국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수입해 더 많은 한국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이 해외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2010년 세계 10대 백화점으로 도약하겠다’는 회사의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 2005년 미국의 세계적인 잡지인 스토어 매거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세계 백화점업계에서 14위에 올랐다.
이런 높은 평가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함으로써 글로벌 백화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롯데백화점의 목표인 셈. 올해 롯데백화점은 사상 최초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해외점포를 연다.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는 곳은 크렘린 궁으로부터 1.4km 떨어진 도심지역으로 모스크바 안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다. 1∼7층에 장장 9200평의 넓이를 자랑한다.
또 롯데백화점은 2008년 중국 베이징의 핵심 상권인 왕푸징에 중국 백화점 1호점을 오픈한다.
백화점이 들어서는 왕푸징은 베이징 지하철 1호선과 톈안먼 광장, 각종 소매시설과 고급 호텔이 밀집된 베이징의 대표적인 쇼핑가이자 관광의 중심지다. 많은 관광객과 폭넓은 고객층을 자랑하는 베이징 시내에서도 가장 번화한 핵심 상업 요지이기 때문에 중국 진출의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 롯데마트의 베트남 진출
롯데마트가 첫 해외 진출지로 베트남을 정한 이유는 두 가지다. 베트남은 매년 평균 7%씩 성장해 잠재력이 큰 나라다. 그런데 이 나라에 월마트나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 업체들이 아직 진출하지 않았다. 그만큼 롯데마트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또 이곳을 롯데마트가 선점한다면 다른 동남아 국가에 진출할 때 베트남을 전초기지로 삼을 수도 있다.
롯데마트는 이를 이루기 위해 우선 베트남 경제의 중심지인 호찌민 시에 점포를 내기로 했다.
또 영업의 핵심요직인 점장은 현지인에게 맡기고 베트남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등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사용할 계획. 여기에 다양한 문화시설을 추가해 롯데마트가 지역사회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꾸밀 생각이다.
○ 중견 유통업체의 중국 진출
패션 전문점인 세이브존도 지난해 중국 장쑤 성에 1호점을 개점하면서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1호점은 국내 패션 전문 대형 마트로는 중국을 개척한 첫 번째 점포다.
세이브존은 2010년까지 중국 전역에 30개의 점포를 낼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에 진출하기 위해 이미 시장조사를 마친 상태다. 농심이 운영하는 메가마트도 2001년 이미 중국에 진출해 3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 중국에 7점포 운영 이마트▼
자체개발한 상품 늘려 이익구조 개선할 예정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에는 975개의 할인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에만 150개 이상의 점포가 문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 할인점으로는 까르푸가 92개, 월마트가 74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영국계 테스코도 대만계 할인점이면서 44개 점포를 갖고 있는 하이몰의 지분을 90%까지 확보해 중국 시장 공략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점포 확장의 부작용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중국 톈진 1위 할인점인 자스제는 경영이 나빠지면서 점포 터를 매물로 내놓고 있다. 태국의 로터스도 상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더는 새로운 점포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현재 7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이마트는 이 때문에 점포 수를 늘리는 것에도 섬세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7개 점포가 있는 상하이와 톈진을 거점으로 삼아 인근 도시로 점포를 늘려갈 것이다.
먼저 화동 지역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항저우와 쿤산까지, 화북 지역은 베이징과 톈진을 중심으로 점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중국 이마트는 자체 개발 상품을 늘려 이익 구조도 개선할 방침이다. 지난해까지 120개 품목에 그쳤던 자체 개발 상품을 올해에는 300개까지 늘리고 취급 품목도 가공식품 및 생활용품에서 자동차용품, 주방용품, 침구 등으로 확대한다.
정민호 중국이마트 상하이법인장
▼ 러시아 진출 롯데백화점▼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한국유통 우수성 알려
현재 러시아는 현대적인 유통 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놓여 있다. 모스크바점은 초현대식 건물에 모든 유통 라인을 갖춘 매장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유통업의 우수성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 또 품질 좋은 국내 상품도 함께 선보여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도 한몫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점포 구성 이외에 롯데백화점이 내세울 수 있는 노하우는 고객 밀착형 마케팅과 서비스다.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근거로 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고객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한 뒤 밀착형 마케팅을 벌일 것이다. 또 초우량 고객인 VIP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는 현지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실제 해외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나 까르푸 등이 한국 시장에 맞지 않는 전략으로 철수한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생각이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상권 및 고객 분석 등 현지 컨설팅을 토대로 현지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매장을 구성할 계획이다. 서비스나 편의시설도 현지 유통업체보다 훨씬 발전된 현대식 매장을 선보일 것이다.
또 국내 직원을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해 각 나라의 특성에 맞는 현지 유통전문가로 육성하는 것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일민 롯데백화점 국제담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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