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신화의 첫발 ‘영 타이거’가 돌아온다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1970년대와 80년대 해외시장에서 한국산 원단의 대명사로 꼽히던 대우그룹 최초의 브랜드 ‘영 타이거(Young Tiger)’가 10여 년 만에 부활해 해외 수출 길에 오른다. 대우인터내셔널이 1990년대 중반 이후 명맥이 끊긴 ‘영 타이거’ 브랜드를 되살려 한국산 원단 수출에 나선 것이다.

1967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실업을 세우고 ‘영 타이거’ 브랜드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직물을 수출하기 시작한 지 40년 만의 일이다.

○ 중동지역 ‘대우’ 기억하는 사람 많아

대우인터내셔널은 올해 4월 이란에 ‘영 타이거’ 브랜드를 붙인 차도르(이슬람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머리에 쓰는 천)용 블랙 원단 600만 야드(760만 달러 상당)를 수출할 계획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이란 국방부 산하 기관과 이 계약을 체결하고 대구지역 직물업체 2곳에 수출 물량의 생산을 의뢰했다.

올해 이란에 수출되는 원단에는 1990년대 이후 사라진 ‘영 타이거’ 브랜드가 붙여질 예정이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 과거 대우의 명성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 비교적 좋은 가격에 계약할 수 있었다”며 “과거 섬유 수출 대국의 명성을 되살리자는 뜻에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디자인한 ‘영 타이거’ 브랜드를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 ‘섬유 수출 종가(宗家)’ 명성 재현할까

‘영 타이거’는 대우실업이 1967년 동남아시아에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직물을 직수출하면서 사용한 대우그룹 최초의 브랜드. 김 전 회장은 당시 ‘영 타이거’ 원단 샘플을 가방에 넣고 동남아 시장 개척에 직접 나서 중동과 동남아 시장에서 ‘타이거 킴(Tiger Kim)’으로 불리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값싼 중국산 섬유 제품의 공세와 대우그룹 해체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 브랜드는 해외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대우실업의 후신인 ㈜대우는 2000년 12월 대우인터내셔널, ㈜대우, 대우건설로 분리됐다.

㈜대우의 무역 부문이 분리된 대우인터내셔널이 ‘영 타이거’ 브랜드로 해외 원단 수출을 재개하면서 이 브랜드는 명맥을 잇게 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영 타이거’ 브랜드를 앞세워 섬유 수출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섬유 수출 목표도 지난해 4000만 달러에서 올해 7000만 달러로 올려 잡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의 섬유 산업이 중국 등에 밀리고 있지만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라며 “중남미와 중동 시장 등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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