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단이가 남자친구 방자와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방자 씨, 이번 주말에 영화 보러 가요.”(향단)
“영화?”(방자)
방자는 영화 보는 게 탐탁지 않다.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몇 시간을 보내자니 벌써 가슴이 답답하다.
방자는 다른 제안을 했다.
“날씨도 좋은데 등산은 어떨까.”
이번에는 향단이가 화를 냈다.
“날씨가 좋긴요? 춥기만 한데, 난 싫어요.”
웬일인지 방자가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지 말고 산으로 갑시다.”
“(어쭈?) 흥. 영화 보러 가지 않을 거면 나한테 연락도 하지 마요. 내 마음은 절대 바뀌지 않을 테니.”(향단)
단호하게 말하고 향단이가 휭 하니 자리를 뜨자 방자는 고민스럽기만 하다. 계속 등산을 고집하다간 향단과 사이가 멀어질 터.
“향단이 원하는 대로 영화를 볼까? 하지만 한 번 밀리면 계속 질 것이 뻔한데…. 어쩌면 좋지?”(방자)
‘갑’과 ‘을’. 역사적으로 앙숙이었던 두 나라는 서로를 의식해 모두 핵무기를 개발했다.
어느 날 호전적인 갑의 대통령이 을의 석유가 많이 나는 지역을 빼앗자고 참모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기습 공격해서 그 땅을 차지하더라도 을은 함부로 반격하지 못할 것이오. 을이 반격하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결국 핵전쟁으로 이어져 멸망할 수 있다는 걸 을도 잘 알고 있잖소.”
이 시간. 을 나라의 대통령도 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대로 있다간 우리 땅의 일부를 빼앗길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좋겠소?”(을의 대통령)
을 나라의 국방장관이 말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습니다. 갑이 공격하면 우리도 반격해야 합니다.”
“그러면 핵전쟁이 일어날 텐데요?”
여러 장관이 근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핵전쟁이 벌어지면 두 나라 모두 엄청난 피해를 볼 게 뻔했다. 전쟁을 막을 좋은 방법이 없는지 대통령이 다그쳤다.
이때 경제장관이 말했다.
“갑이 침범하면 우리는 무조건 핵무기로 반격할 것이라고 미리 밝히면 됩니다.”
이해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면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인은 주말을 함께 보내고 싶은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 다만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뿐이다.
여성은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미리 협상을 거부했다(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 대화를 거부하고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해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전략적 행동이다.
‘한번 한다면 하는’ 강한 성격의 여성일수록 남성은 이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핵전쟁을 눈앞에 둔 두 나라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갑의 도발적 행위에 을이 무조건 핵무기로 반격하겠다는 전략을 천명한다고 가정해 보자. 갑은 두 나라를 모두 멸망으로 이끌 수도 있는 전쟁을 일으킬 동기를 잃게 될 것이다. 을은 최악의 상황으로 갑을 위협해 결국 전쟁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긍정적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갑이 을의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갑이 을의 위협을 단지 엄포용으로 여긴다면 갑은 부담 없이 을을 침략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두 사례에서처럼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상대의 선택을 감안해야 하는 경우를 ‘전략적 상황’이라고 부르며 이런 상황에서 내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연구하는 게 ‘게임이론’이다.
가위바위보에서부터 바둑, 기업의 가격 결정, 국가간의 협상 등은 모두 전략적 선택을 요구한다.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내 전략적 결정(위협)을 상대가 신중하게 받아들여 긍정적 결과를 얻으려면 평소 자신의 말을 지키는 신뢰를 보여 줘야 한다는 점이다. 전략적 선택과 결과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신뢰가 핵심이다.
한진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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