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일자리 2010년까지 60만 개 창출.”(여성가족부, 2006년)
“향후 5년간 과학기술 분야 신규 일자리 60만 개 이상 창출.”(과학기술부, 2006년)
“2007년까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27만 개 일자리 창출.”(정보통신부, 2004년)
지난 몇 년간 정부 각 부처가 발표한 일자리 만들기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목표는 상당 부분 다른 계획과 중복되거나 부풀려져 실제 창출되는 일자리는 이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중복, 짜깁기로 부풀려진 목표
28일 본보 취재 결과 현 정부 들어 각 부처가 시한을 정해 발표한 대형 일자리 창출 목표를 모두 합하면 총 227만 개로 올해 50만7500개, 내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44만 개를 새로 만들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한국에서 창출된 일자리 29만5000개는 물론이고 올해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 30만 개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정부 각 부처가 ‘신규 창출’하려는 일자리가 민간 기업을 포함해 한국 경제 전체가 만들 일자리 수를 초과하는 셈.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5.0% 경제성장으로 일자리 29만5000개가 생겼는데 44만 개 이상 만들려면 성장률이 7∼8%는 돼야 하기 때문에 실현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 부처가 일자리 창출 계획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이전에 발표된 다른 부처의 계획을 끼워 넣는 관행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올해 정부가 만들 예정인 사회서비스 일자리 20만1059개 중 40%인 8만1808개는 여성부가 지난해 발표한 60만 개 여성 일자리 창출 계획에 이미 포함돼 있다. 또 과기부가 발표한 60만 개 일자리 창출 계획의 상당 부분은 정통부의 IT 분야 일자리 계획과 겹친다는 게 정통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여성부 및 과기부 관계자는 “발표 주체에 따라 일자리의 ‘분류’가 바뀌는 만큼 다른 부처 발표와 어느 정도 겹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현실성 없는 과장 발표 지적도
계획 입안 단계부터 현실성 없는 목표가 잡힌 것도 문제다.
정통부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2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지난해 말 현재 실적은 목표의 14%인 3만9000개 창출에 그쳤고 올해 말까지도 20%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관계자는 “27만 개 일자리 목표 중 24만6000개는 민간 기업이 만드는 것인데 IT 산업의 성장률이 저조해 실적이 부진했다”고 해명했다.
예산을 풀어 만들 계획인 매년 20만 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실제 20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직업을 버리고 사회서비스 일자리로 옮겨 가는 사람이 많아 전체 일자리의 순증(純增)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계획에 따라 한국 경제 전체에서 순수하게 늘어나는 일자리는 목표치 20만 개의 절반에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욕은 좋지만 정부가 현실성 없는 일자리 만들기 계획을 남발하면 국민에게 과도한 기대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