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말 실시된 LG그룹 신임임원 교육은 처음으로 영어 통시통역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책임 존 헤링턴 상무, 프랑스법인 마케팅책임 에릭 서데이 상무 등 외국인 임원들이 참석했기 때문. 이들은 LG그룹에서 처음 내부 발탁으로 승진한 외국인 임원이다.
‘글로벌 경영’의 기치를 내 건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글로벌 인재 영입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임직원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개발에서부터 경영 전략 수립, 마케팅, 영업, 미래 신(新)사업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 미국 캐나다 중국 인도에서 글로벌 인재 뽑는 대기업들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부터 중국 인도 필리핀 등 출신 지역이 다양하다. 기술개발, 설계, 마케팅, 영업, 건설현장직 등 이들이 일하는 분야도 천차만별이다.
삼성그룹은 국내 최고 기업답게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국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임직원은 2000여 명에 이른다. 많은 외국인 직원들이 연구개발(R&D) 등 고급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850여 명의 외국인 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반도체 영상기기 등 소프트웨어 R&D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근무하는 외국 인력을 더욱 늘려 본사 경영방침을 전수한 뒤 세계 70여 개 현지법인의 법인장으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공채에서 40명의 중국인 직원을 채용했으며 이들을 포함해 103명의 외국인 직원이 SK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 SK㈜의 해외자원개발 관련 사업에 관여하고 있으며 국내 영업 및 마케팅 부서에도 배치돼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외국인 직원들은 한국에서 SK그룹의 문화를 체험하고 마케팅 노하우를 익힌 뒤 현지법인으로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의 경우 외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임직원이 다른 그룹에 비해 많은 대신 국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임직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본사 근무 외국인은 80여 명으로, 주로 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 들어 마케팅 분야 인원이 느는 추세다.
GS그룹에 근무하는 60여 명의 외국인 직원 역시 인도나 필리핀 출신 엔지니어가 많다.
현대중공업에는 약 40명의 외국인 직원이 있다. 이 가운데 20여 명이 인도 출신의 해양 분야 설계 인력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기술자문 등으로 일하고 있다.
재계는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어 앞으로 외국인 직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1월 취임 직후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 글로벌 경영 선봉에 선 주요 그룹의 외국인 임원들
삼성그룹에는 12명의 외국인 임원이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 데이비드 스틸(41) 상무는 1997년 삼성그룹 컨설팅 조직인 ‘미래전략그룹’의 창립 멤버로 입사해 2002년 삼성 최초의 외국인 임원(상무보)이 됐다. 임원 승진과 함께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업부에 근무하면서 ‘보르도TV’를 세계적인 제품으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삼성생명 조지 베람(68) 전무는 미국 계리사 출신으로 2003년 삼성생명에 영입돼 퇴직연금 상품개발 등의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9월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의 디자인담당 총괄 책임자를 지낸 독일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54) 씨를 디자인담당 총괄 부사장(CDO)으로 영입했다. 혁신적이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명성을 떨친 그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직접 스카우트했다는 후문이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해외 홍보를 총괄하는 올레즈 가다츠(55) 이사는 캐나다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의 서울특파원을 지냈다. 2002년 영입된 그는 현대차그룹의 해외 홍보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계 프랑스인인 LG전자 도미니크 오(40) 상무는 지난해 초 파리 현지법인에 입사했으며 그해 말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한국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유럽 지역 내 휴대전화 마케팅 총괄이 그의 역할.
두산그룹은 지난해 11월 미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제임스 비모스키(53) 씨를 ㈜두산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20여 년간 맥킨지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말레이시아의 대형 은행인 서던뱅크의 수석 부행장을 지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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