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기아차 “정면 돌파”…차세대 車 프로젝트 입수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이달부터 해외 명차(名車)와 경쟁할 전략 차종을 잇달아 선보인다.

특히 현대차가 사활을 걸고 있는 에쿠스 후속 모델 ‘BH’(프로젝트명)는 최신 엔진과 첨단 안전장치를 모두 달아 내년 3월에 출시된다.

현대차그룹 김동진 부회장과 이현순 연구개발 총괄 사장은 최근 비공개 사내(社內) 임직원회의에서 “세계적 품질의 자동차 개발만이 살길”이라며 차세대 자동차 개발 계획을 밝힌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연초부터 노사갈등과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현대차그룹이 신차 개발을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할지 주목된다.》

○ 에쿠스 후속 ‘BH’ 첨단 안전장치 대거 적용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자동차는 안전성을 강조하면서도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는 선진국의 환경규제를 충족한 것이 특징이다.

이 사장은 사내 회의에서 “프리미엄 세단 BH에 첨단 안전시스템을 모두 적용해 내년 3월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BH는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는 ‘징검다리’로 삼고 있는 고급 세단으로 1조 원 넘게 투자해 만들고 있다.

그는 “BH에 차간거리 제어 장치와 충돌피해 경감 장치, 자동 주차 및 주차 지원 시스템 등을 달아 현대차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겠다”고 말했다. 엔진은 에쿠스의 람다 엔진과 신형 ‘타우 엔진’이 쓰일 계획이다.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람다와 타우 엔진은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에서 로열티를 받고 있는 현대차의 세타 엔진보다 한 단계 발전한 엔진이다.

현대차는 또 이달 싼타페S 출시를 기점으로 친환경 개념을 도입한 자동차를 속속 선보인다. 싼타페S는 매연저감장치를 달아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유로4에 맞췄다. 미세먼지 발생량을 이전보다 20% 이상 줄인 친환경차이면서도 출력은 기존 153마력에서 158마력으로 높아졌다. 가까이만 가도 차문이 저절로 열리는 ‘스마트키’ 등 고급 사양도 대거 포함된다.

○ 신차 생산기간 18개월로 단축

현대차그룹은 일본차와 경쟁할 고성능 차량도 속속 선보인다.

이 사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혼다의 ‘시빅 해치백’ 모델과 경쟁하기 위해 시빅보다 사양이 더 좋은 ‘아반떼 5도어 FD’를 3분기에 내놓겠다”고 자신했다. FD는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아네즈’의 양산형 모델로 유럽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기아차 준중형 ‘씨드’와 플랫폼(차체뼈대)을 공유한다.

기아차는 일본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 베라크루즈보다 성능이 좋은 오프로드용 SUV ‘HM’(프로젝트명)을 10월경에 공개한다. 현대차그룹은 신차 개발 및 생산 기간도 지난해 22개월에서 올해 20개월로 줄이고 내년까지는 도요타와 같은 18개월까지로 단축할 방침이다.

김동진 부회장은 “ 매년 연구개발(R&D)에 3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현대·기아자동차 판매 실적, 지난달 5.9%-10.7% 급감▼

GM대우-르노삼성-쌍용차는 증가

지난달 현대·기아자동차의 판매실적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GM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의 실적은 늘어나 대조를 보였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2월 판매실적은 19만1231대(내수 4만3458대, 수출 14만7773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5.9% 감소했다. 현대차는 1월에도 노조 파업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2.2% 줄어들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또 기아차의 2월 판매 실적은 10만3373대로 10.7%나 줄었다. 기아차는 1월에는 0.1% 증가하는 데 그친 바 있다.

이에 따라 2월 말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각각 2.6%포인트와 0.3%포인트 떨어진 49.0%와 24.1%로 낮아졌다.

이에 반해 GM대우는 2월 6만2671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5% 급증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각각 1만4304대, 1만948대를 팔아 17.3%와 15.8%씩 증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 선임연구원은 “현대차의 쏘나타와 그랜저의 신차 효과가 떨어졌고 미국 시장에서 원화 환율 하락에다 렌터카 업체에 대량 판매하는 ‘플리트 세일’까지 중단해 판매량이 감소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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