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통신 i모니터’ 출신으로 SK텔레콤에 다니던 한 선배가 해 준 “정보기술(IT) 산업의 새 트렌드를 파악하라. 모범생보다 창의적 인재로 보여라” 등의 조언에 따라 전형에 임했고 남들보다 한결 수월하게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양 씨가 인턴 활동에 열중한 것은 취업에서 도움이 될 업무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지금 내게 인턴 인맥은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20대 사이에서 인턴 인맥이 각광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턴십을 활용해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상당수 대학생이 이 제도에 참여하면서 인턴 인맥이 자연스럽게 20대 인맥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과거 학연, 지연으로 대표됐던 인맥에도 질적 변화가 시작됐다.
○ ‘경쟁 아닌 협력’ 수평적 네트워크
지난해 5월 양 씨에게 긴급 과제가 떨어졌다. 지식경영이 잘되는 기업 현황을 뽑고 기업별 특징을 분석하라는 것.
입사 2년차에겐 버거운 주제였지만 그는 ‘SK텔레콤 보이저’로 함께 활동했던 인턴 동기들에게 몇 통의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먼저 현대정유 전략기획팀에 근무하는 동기에게 협조를 구했다. 동기는 선뜻 자신의 회사와 관련된 자료를 보내 줬고 양 씨는 이런 동기들의 도움으로 이틀 만에 보고서를 완성했다.
지난해 1월 이동통신과 연계한 금융상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 정해졌을 때도 그는 금융권에 취업한 인턴 동기의 도움을 받아 시장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 ‘밀고 끌고…’ 수직적 네트워크
인턴 네트워크는 동기끼리의 인맥에 머물지 않는다. 진출한 분야나 관심사에 따라 선후배 인턴이 또 다른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파생 조직’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신한은행 대학생 홍보대사 1기 출신으로 이 은행 구리중앙지점에 근무하는 한석환(28) 씨는 홍보대사 1∼4기 가운데 금융권에 취업한 20여 명과 매달 한 번꼴로 모임을 갖는다.
한 씨는 “같은 분야이다 보니 주고받을 정보가 많은 데다 앞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서로 밀어주고 끌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회원들이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10, 20년 뒤 신한은행 홍보대사 출신 입사자가 계속 늘어나면 자연스레 인턴 인맥이 직장 내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균관대 차동옥(경영학부) 교수는 “인턴 인맥은 본인이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란 점에서 학연, 지연과 같은 수동적 인맥과는 구별된다”며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요즘 ‘검증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턴 네트워크는 점점 더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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