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도 감동시킨 ‘노사 상생’의 엘리베이터

  • 입력 2007년 3월 5일 03시 00분


《“노사가 양보하고 화합해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올해 초 현대엘리베이터 노동조합이 1만8000여 고객사에 보낸 편지다. 경영진이 보낼 법한 내용이었지만 현대엘리베이터 노조에는 고객관리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해 건설경기가 위축되며 엘리베이터 판매가 어려워졌고, 엘리베이터 업계가 구조조정과 파업 등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기극복 방안은 노사 화합뿐이라는 게 노조의 생각이었다. 이 회사의 노사 무분규 기록은 올해로 19년째에 접어든다.

지난해에는 노조가 회사에 임금 및 단체협상 전권을 넘기기도 했다. 이 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2%. 세계 1, 3위의 엘리베이터 업체인 오티스, 티센크루프와 경쟁해 얻은 성과다.》

○ 노사 화합의 비결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은 매년 초 노조와 함께 경영전략 회의를 갖는다.

올해 노조는 이 회의에서 부품별 납품 거래처를 더욱 다변화하자고 했다. 거래처 사정으로 납기일이 늦춰져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경영진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난해 회사는 전체 자사(自社) 주식의 약 1.8%를 직원들에게 구입하도록 권했다. 구입비용의 절반은 회사가 부담했다. 이 회사 근로자가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게 된 비결이었다.

비용 절감 방법도 독특하다. 이 회사 사무직 직원과 경영진은 겨울이면 생산직 근로자처럼 공장 작업용 재킷을 입고 근무한다. 난방을 줄여 생산직과 함께 추위를 느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생산 현장에서는 책임감이 커졌다. 생산직 근로자는 작업 공정 단순화와 부품 조립방법 개선으로 매년 160억 원 이상의 원가를 줄이고 있다.

임원과 평사원이 함께 연간 40∼50시간을 보내는 ‘노사화합 교육’도 스킨십을 늘리는 방법이다. 내용은 경영, 처세, 인성교육 등 교양강좌지만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토론하면서 이들은 서로 신뢰를 쌓아 간다.

○ 경쟁 상대는 경영진이 아닌 경쟁사

현대엘리베이터 노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근로자들이 임금을 반납해 가며 회사의 고통을 분담했다. 대신 회사에 고용안정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생산성 협약 임금제’를 제안했다. 회사에 흑자가 나도 생산성이 제자리라면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이 조건도 받아들였다. 경쟁사였던 LG산전(현 LS산전) 엘리베이터 사업부문과 동양엘리베이터가 외국 회사에 매각되고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성용주 현대엘리베이터 노조 위원장은 “우리 같은 작은 토종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은 노사화합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정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고용을 보장하면 비용이 더 들 것 같지만 노사 신뢰가 있으면 관리자의 감시 없이도 생산성이 높아지므로 관리비용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면 아래 연락처로 문의 바랍니다.”

노조의 새해 고객 편지 마지막 부분이다. ‘아래 연락처’는 물론 노조사무실이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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