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시비가 붙은 것은 ‘KT의 KTF 재판매’ 문제입니다. 재판매란 KT가 자회사인 KTF의 고객 모집 일부를 대행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대해 지난달 LG텔레콤(23일)과 SK텔레콤(26일)이 “공정거래를 저해한다”며 통신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3세대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늦어진 두 회사가 ‘3세대 1위 달성’을 내건 KTF에 ‘태클’을 건 것입니다.
이 대결 구도는 일주일도 안 돼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통신위는 1일 SK텔레콤과 KTF가 LG텔레콤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끌어 오기 위해 ‘전산망 조작’을 했는지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두 회사는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LG텔레콤은 “경쟁사들이 설을 전후로 자기들끼리의 번호이동에 대해서는 전산망을 닫고, LG텔레콤 고객이 옮겨올 때만 정상가동했다”고 반박했습니다.
4일 또 다른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이동통신업체 1위 업체인 SK텔레콤에 맞선 KTF와 LG텔레콤의 ‘통신망 공유 체제’가 흔들린다는 소식이었지요. KTF는 3세대 통신망 투자를 늘리면서 2세대 통신망의 용량을 점진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합니다. 통신망 부족을 KTF와의 기지국 공유로 커버해 온 LG텔레콤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사안에 따라 ‘적과 동지’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더군요.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려라’란 옛말이 있지만 저는 다소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경쟁의 열매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한 경쟁기업 간의 싸움은 웬만하면 말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의 싸움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이들은 ‘고객 뺏어 오기’에만 열을 올리고 요금 인하나 서비스 개선과 관련해서는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화상통화 요금이 내리긴 했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음성요금은 꿈쩍도 안 합니다. 이동통신사들이 진짜 ‘싸움다운 싸움’을 해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