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5일자 A1·3면에 단독 보도한 OECD 보고서와 관련해 재정경제부는 이날 이런 내용의 보도 참고자료를 내놓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내부적으로 당혹해하는 표정도 역력했다.
재경부의 이런 분위기는 OECD 보고서에 담긴 한국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 때문이다. 18개월 주기로 발표되는 OECD 국가별 경제 보고서가 이번처럼 특정 국가의 경제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한 적은 많지 않다.
●OECD가 본 정책 문제점
OECD는 보고서 본문 중 20% 가까운 분량을 한국의 부동산정책 비판에 할애했다. 특히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등은 '반(反) 시장적'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는 OECD가 예전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정책에 대해 "한국정부의 노력에 공감한다"는 식으로 우호적으로 표현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말 나온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 등과 관련, OECD는 "중소기업에 각종 지원책이 집중되고 있는데 대기업에 비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연금부분에서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기초연금제'를 적절한 수준에서 도입하면 노인 개개인에 대한 혜택이 늘고 국내총생산(GDP)대비 노령소득보장 비용도 줄어 열린우리당의 기초노령연금제 제정안보다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믿었던' OECD의 비판
현 정부는 OECD와 비교적 '특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2004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OECD 대사로 재직하면서 수시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각종 보고서를 제출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도 각종 연설에 OECD의 자료나 통계를 인용해 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OECD 보고서의 시각은 지금까지 한국의 주요 언론들의 비판적 지적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현 정부의 높은 신뢰를 받아온 OECD의 비판은 정부에 상당한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 겸허히 받아들여야"
이날 오전 재경부 조원동 경제정책국장은 프랑스 파리 행 비행기에 올랐다. 7~8일 파리에서 열릴 OECD의 한국경제 검토회의에 참석, 보고서가 제기한 각종 지적에 대해 반론을 펴기 위해서다.
재경부 당국자는 "지난해 12월 OECD 관계자들이 방문했을 때 나름대로 해명했지만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4~5월경 공개될 OECD의 최종 보고서에는 한국 정부의 '입김'이 어느 정도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는 "현 정부의 주장이 일정 부분 받아들여져도 OECD 보고서 초안이 제기한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 정부는 남은 1년 동안 이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정책방향을 손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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