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뉴욕 등 미국 동북부에 폭설로 인해 제트블루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이 케네디공항에서 길게는 10시간 이상 기다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평소 제트블루를 이용해 오던 승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객 서비스에서 항상 1, 2위를 다투던 제트블루로선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건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전산망 마비로 항공기 1000여 편이 취소되고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되는 데 일주일 가까이 걸리자 많은 사람들은 “제트블루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분노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호(3월 5일자)에서 모든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 ‘고객이 왕’인 회사 순위를 매긴 결과 제트블루가 종합 4위를 했지만 이번 사태 때문에 취소해야 하기도 했다.
항공사에서는 가끔 있을 수 있는 결항사태에 대해 고객들이 이처럼 분노했던 이유는 제트블루는 평범한 항공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뉴욕에 자리 잡은 제트블루는 고객 서비스의 대명사로 평가받는다.
필자도 제트블루를 탈 때마다 “직원들이 이렇게 친절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승무원들의 얼굴만 봐도 “우리는 당신에게 봉사하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항공기 내부는 좌석 배치를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배치해서 이코노미석을 탔을 때 경험하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제트블루에선 짐을 분실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음료와 스낵 서비스도 미국 국내선 중에선 최고 수준이다. 요즘 다른 미국 국내선 항공기에선 음료수 한 컵이 사실상 전부다. 그런데도 항공료 가격은 싸다. 대체로 메이저 항공사의 3분의 2 이하 가격에서 항공권을 구입하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 역시 제트블루는 달랐다. 결항사태 이후 즉각 데이비드 닐먼 최고경영자(CEO)가 고개를 숙이면서 ‘고객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비행기가 착륙 후 1, 2시간 안에 게이트에 도착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100달러를 지급하는 등 고객 피해에 따른 보상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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