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경제읽기]항공기 결항사태 제트블루,남다른 대응법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철저한 고객 서비스로 유명한 제트블루는 대규모 항공기 결항사태에 따른 위기를 새로운 변신을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닐먼 씨가 2002년 제트블루 나스닥 상장 축하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철저한 고객 서비스로 유명한 제트블루는 대규모 항공기 결항사태에 따른 위기를 새로운 변신을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닐먼 씨가 2002년 제트블루 나스닥 상장 축하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제트블루(JetBlue), 너마저….”

2월 14일 뉴욕 등 미국 동북부에 폭설로 인해 제트블루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이 케네디공항에서 길게는 10시간 이상 기다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평소 제트블루를 이용해 오던 승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객 서비스에서 항상 1, 2위를 다투던 제트블루로선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건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전산망 마비로 항공기 1000여 편이 취소되고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되는 데 일주일 가까이 걸리자 많은 사람들은 “제트블루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분노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호(3월 5일자)에서 모든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 ‘고객이 왕’인 회사 순위를 매긴 결과 제트블루가 종합 4위를 했지만 이번 사태 때문에 취소해야 하기도 했다.

항공사에서는 가끔 있을 수 있는 결항사태에 대해 고객들이 이처럼 분노했던 이유는 제트블루는 평범한 항공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뉴욕에 자리 잡은 제트블루는 고객 서비스의 대명사로 평가받는다.

필자도 제트블루를 탈 때마다 “직원들이 이렇게 친절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승무원들의 얼굴만 봐도 “우리는 당신에게 봉사하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항공기 내부는 좌석 배치를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배치해서 이코노미석을 탔을 때 경험하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제트블루에선 짐을 분실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음료와 스낵 서비스도 미국 국내선 중에선 최고 수준이다. 요즘 다른 미국 국내선 항공기에선 음료수 한 컵이 사실상 전부다. 그런데도 항공료 가격은 싸다. 대체로 메이저 항공사의 3분의 2 이하 가격에서 항공권을 구입하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 역시 제트블루는 달랐다. 결항사태 이후 즉각 데이비드 닐먼 최고경영자(CEO)가 고개를 숙이면서 ‘고객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비행기가 착륙 후 1, 2시간 안에 게이트에 도착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100달러를 지급하는 등 고객 피해에 따른 보상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었다.

미국 언론은 “항공기 결항 사태에 대해 이처럼 신속하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은 제트블루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좋은 회사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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