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보험이야기]방카쉬랑스 도입 논쟁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은행에서 보험 상품을 파는 방카쉬랑스.

한국에선 아직 완전하지 않은 제도다. 2003년 8월 저축성보험을 처음 판 뒤 4단계에 걸쳐 취급 상품을 늘리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의 대표 상품인 자동차보험과 생명보험의 대표 상품인 사망보험은 2008년 4월부터 방카쉬랑스에 포함된다.

그런데 보험업계는 최근 이 두 상품의 은행 판매시기를 미루려 한다. 은행이 자동차보험과 사망보험까지 팔면 30만 명에 이르는 보험설계사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점을 연기 이유로 들고 있다. 또 보험 관련 전문성이 없는 은행에서 사망보험 등을 판매하면 소비자가 상품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연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한 당국자의 말을 들어보자.

“시기를 늦추면 당국 처지가 뭐가 됩니까? 정책을 뒤집을 순 없어요.” 업계의 속내는 이렇다.

“보험설계사가 30만 명입니다.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이 있는데, 정치인들이 30만 표를 무시할 수 있을까요? 의원입법으로 법을 고치면 연기할 수 있어요.”

방카쉬랑스를 일정대로 추진하려는 정부나 늦추려는 보험업계나 어느 쪽도 소비자를 먼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소비자는 은행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종전보다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유통 채널이 늘어 판매비용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론 보험사가 은행에 주는 수수료 때문에 보험료가 그대로이거나 오를 수 있다고 하니, 당국은 이 점을 검증해 알려야 한다.

보험업계는 소비자에게 맞춤형 설계를 하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일부 보험사가 판매수당을 높이기 위해 고금리의 보험을 깨고 새 상품 가입을 권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전문성 없는’ 은행이 단순 유통 채널 역할만 하는 게 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방카쉬랑스와 관련된 의견은 금융감독원(www.fss.or.kr) ‘국민참여마당’이나 보험소비자연맹(www.kicf.org) ‘커뮤니티’ 코너에 올릴 수 있다.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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