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실제보다 올라가
통계상의 실수는 아니지만 한국의 국가 통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국내총생산(GDP) 수치에도 ‘거품’이 끼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강화되고 있는 이른바 ‘세원(稅源) 투명화’ 작업으로 과거 지하경제에 묻혀 있던 생산 부문이 공식 통계에 잡히면서 GDP 수치가 실제보다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주대 현진권(경제학) 교수는 “현재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 대비 10% 정도인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25%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세원을 확대하기 위한 각종 정책의 도입으로 지하경제 규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경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지만 세금 부과의 대상으로 파악되지 않는 각종 소득들을 이 범주에 포함시킨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의사 변호사 음식점주 등 자영업자들이 신고하지 않는 소득, 범죄자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 정부 들어 지하경제가 축소된 이유는 신용카드 사용이 계속 늘어난 데다 2004년 접대비 실명제 도입, 2005년 현금영수증제 도입,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등으로 이전에 파악되지 않던 각종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고 GDP 통계에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지하경제가 빠르게 노출되는 시기에는 경제성장률이 실제보다 부풀어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는 현 정부 들어 3.1∼5.0% 수준인 연간 경제성장률에 일부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간 경제성장률이 낮기도 했지만 이보다 국민이 경기를 더 나쁘게 느꼈던 이유도 지하경제 축소와 이에 따른 GDP의 ‘거품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대희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도 2005년 청와대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일반 국민의 체감경기가 어려워진 이유는 참여정부 들어 지하경제가 크게 위축된 데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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