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의미가 있는 전략적 결정이다.”(월가 애널리스트)
12일 미국에선 세계적인 에너지 및 군수(軍需) 업체 핼리버튼의 본사 이전 결정을 놓고 논란이 분분했다. 전날 데이비드 레사르 핼리버튼 회장이 본사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옮긴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핼리버튼은 딕 체니 미 부통령이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기업. 지난해 매출이 226억 달러(약 22조 원)에 이른다.
민주당 측은 핼리버튼의 결정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회사가 중동에서 미군 관련 공사를 독점하면서 사업비 과다 계상과 뇌물 제공 등 특혜 의혹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본사 이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사업영역 중에서 군수 관련 업무는 조만간 KBR라는 별도 회사로 떨어져 나간다며 의혹설을 부인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석유 기업들의 활동 중심이 중동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논거로 핼리버튼의 본사 이전을 글로벌 경영 차원에서 해석한다. 핼리버튼 역시 에너지 부문 매출에서 중동과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최근 미국 기업들의 탈(脫)미국 행렬은 꼬리를 물고 있는 양상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지 경영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중동의 허브로 떠오른 두바이는 해외투자에 대한 파격적 대우를 약속하며 미국 기업을 상대로 구애에 열을 올린다.
뉴욕에 본사가 있는 금융회사들도 규제가 덜한 영국 런던 쪽의 비중을 갈수록 높여 금융의 허브인 뉴욕의 위치가 흔들릴 정도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엔 ‘국적’의 의미가 갈수록 빛이 바래는 추세다.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전체 매출액에서 해외 비중이 국내 부문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앞으로 해외 경영 강화를 위해 본사를 미국이나 중국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럴 때 애국심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자신 있게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정부는 이런 상황을 이겨 낼 만반의 태세와 구상을 갖고 있는가.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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