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8시 서울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CEO) 과정의 ‘CEO와 나, 그리고 디자인 사회’ 특별강연.
30여 명의 한국 기업인들이 구릿빛 피부의 이스라엘 디자이너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디자이너의 이름은 아리크 레비 씨. 그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카르티에의 본사 인테리어와 명품 브랜드 바카라의 크리스털 제품 등을 디자인하며 ‘테크노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레비 씨는 슬라이드를 통해 스스로 디자인한 촛대 두 개를 보여 줬다. 첫 촛대는 무게가 3.5kg이 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 두 번째 제품은 유리로 만든 가벼운 촛대 겸용 꽃병이었다.
그는 “CEO에게 중요한 것은 원가,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용도”라며 “스틸 촛대는 값도 비싸고, 어울리는 테이블 없이는 예쁘지도 않은 데다 무거워서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공적인 비즈니스도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비용이 적게 들고, 고객의 실용적인 목표를 충족시키며, 최종적으로 감동을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특강 전 학교 측이 예상한 참석 인원은 15명 내외. 하지만 평일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제조, 유통,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36명의 CEO와 임원이 참석했다.
특히 기업은행, 한국신용정보, 삼일회계법인 등 실물 상품이 없어 ‘디자인’과는 관계가 멀어 보이는 금융권 기업인들이 전체 참석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강의에 참석한 한국신용정보 김영일 부사장은 “금융업도 ‘고객 감동’이란 목표에서는 제조업이나 유통업과 다를 바 없다”며 “디자이너의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이 경영자에게 고객을 우선해 생각하는 경영을 하게 만드는 자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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