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보다 더 큰 폭탄 터졌다”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미국발 ‘모기지 쇼크’… 아시아 증시 동반 폭락

“‘차이나 쇼크’ 때보다 더 큰 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14일 국내와 해외증시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동반 급락세를 보이면서 증권가는 앞으로 이 위기가 국내 경제에 가져 올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28%를 차지하기 때문에 만약 미국이 흔들리면 ‘차이나 쇼크’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충격이 세계 금융시장에 전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 국내 수출 부진→기업실적 둔화→국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내수가 안 좋은 상황에서 미국 수출 길마저 막히면 치명타를 맞는 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는 신용도가 낮은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대체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시 소득검증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부실 우려가 높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주택경기 침체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주택경기가 하강세로 접어들면서 이자 연체비율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13.3%로 2002년 이후 최고치였다.

불똥은 당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에 튀었다. 업체들은 모기지를 기초로 하는 채권을 발행해 투자은행 등 금융기관에 팔아 대출자금을 조달하는데 연체가 늘어나면서 금융기관들이 환매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

실제로 12일(현지 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계 2위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환매요구가 들어온 84억 달러를 갚을 능력이 없다”며 파산을 선언하면서 위기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규모는 약 6000억 달러로 전체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아시아 증시에 불안감을 확산시킨 이유는 미국이 아시아 최대의 수출시장이라는 점 때문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택금융 부실 문제가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엔화 강세도 우려 요인이다.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외국에 투자하는 것)’ 청산이 가속화되면 증시 동반 급락은 불가피하다.

이날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한때 달러당 115엔대까지 떨어졌다(엔화 가치 상승).

세계 주식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 고수익을 노리고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들이 일본으로 환류하면서 엔화가치가 강세를 띠게 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전 세계적으로 20조 엔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 위축은 곧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을 의미하고, 이는 기업실적 악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당분간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신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내수가 안 좋은 상황에서 수출마저 안 되면 기업들에는 큰일”이라며 “2분기(4∼6월)까지 조정 장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당분간 공격적인 매입전략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인한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SK증권 김준기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론 글로벌 증시 급락의 영향을 받겠지만 금융시스템 불안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동성 공급이나 금리인하 조치를 취한다면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이나 쇼크 때 보여 준 것처럼 개인투자자들의 매입세가 이번에도 밀려든다면 증시 체질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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