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역시 뿌리가 깊어야 훌륭한 성능이 나옵니다.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현가장치)만 훌륭하면 멋진 차가 나올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 부품이 붙어 있는 차체의 완성도가 높아야 종합적으로 좋은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차를 이루고 있는 뼈대가 강해야 다른 부속품들이 최대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죠.
달리는 차체는 끊임없이 순간순간 변형이 됩니다. 특히 커브 길을 돌아 나갈 때 차체가 기울어지면서 각각의 바퀴에 걸리는 힘이 다르기 때문에 비틀림 현상이 심해지기 마련입니다. 비틀림 강성이 약한 차체는 서스펜션이 설계치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 운전자의 의도대로 섬세한 조종이 되지 않습니다. 약한 차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영구적으로 변형돼 잡소리도 많이 나고, 정비업소에서 차륜 정렬을 맞춰도 직진성이 떨어져 운행 중 한쪽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차체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기용 차량은 모든 부품을 분해해서 용접을 추가하고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보강재를 덧대는 작업을 한 뒤에 경기에 출전합니다. 그렇게 해 두지 않으면 심할 경우 차체가 찢어져 버리기도 하니까요.
정비할 때 쓰는 잭으로 차의 한쪽 바퀴만을 들어올리면 강성이 약한 일부 차종은 차체가 비틀어져 문이 열리고 닫히지 않기도 합니다. 굴곡이 심한 비포장 길에서 유난히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많이 나는 차종도 이에 해당합니다. 2000년대 초반 이전에 나온 국산차의 차체 강성은 수준 미달이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타 본 기아자동차 ‘씨드’는 독일자동차 못지않은 강성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국산차 업체들이 ‘불휘’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본부터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가 좋아지고 있는 것만큼 경영진과 노조의 관계도 빨리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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