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극한 상황서 조립상태 에어컨 등 점검
14일 경남 창원시 볼보그룹코리아 창원공장 첨단연구개발센터.
지난해 11월 준공된 연구센터의 환경 성능 실험실의 문을 열자 정신이 확 들 정도의 한기(寒氣)가 몰려 왔다. 내부 온도는 영하 30도였다. 볼펜을 쥔 손이 떨리고 잉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영하 50도에서 영상 150도까지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이곳에선 추위와 더위를 반복하며 굴착기의 조립 상태와 에어컨과 히터 등의 상태를 점검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②신제품 개발 23개월서 15개월로 단축
레코드 녹음 스튜디오처럼 방음 설비가 갖춰진 옆 실험실에는 대형 굴착기 한 대가 통째로 들어와 있었다. 실내에서 소음을 통제한 뒤 굴착기를 운전해 엔진의 냉각 기능과 방음 설비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90t급 대형 굴착기의 제어와 진동 장치를 테스트하는 실험실, 가상 시뮬레이션 실험실 등 14개 첨단 실험실이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완공된다.
강종민 볼보그룹코리아 상무는 “글로벌 마켓리더(시장 선도기업)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제품개발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가상현실 기술 등을 접목한 실험실을 운영해 신제품 개발 기간을 평균 23개월에서 15개월로 단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볼보건설기계는 이 연구개발센터에 150억 원을 투자했다. 굴착기 본사가 있는 한국을 연구개발(R&D) 허브로 육성해 2008년 세계 3대 굴착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한국건설기계공업협회에 따르면 2006년 세계 건설장비 시장(1000억 달러)의 40%를 굴착기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5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③한국의 기술력 활용…세계 3대 업체로 도약
창원공장의 사무실 벽에는 미국, 독일, 중국의 시간을 알리는 시계 3개가 붙어 있다. 볼보의 굴착기 공장이 있는 곳이다. 이들 해외 공장은 글로벌 본사인 창원공장이 설계한 제품을 생산한다. 해외공장에서 받는 기술 로열티는 연간 250억∼300억 원에 이른다. 창원공장의 연간 생산량도 1만2000대에 이른다.
볼보는 1998년 삼성중공업 중장비 부문을 인수한 뒤 스웨덴 공장을 폐쇄하고 굴착기 본사와 연구개발센터를 한국으로 옮겼다. 이후 볼보그룹코리아의 건설기계 부문은 2000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2005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수출 비중은 85%로 높아졌다. 창원공장의 기술력과 볼보의 브랜드와 해외 유통망이 결합한 결과다.
굴착기의 대당 생산 시간도 1998년 28일에서 2006년 5.5일로 단축됐다. “생산량이 판매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고도 없다. 굴착기의 국산화율은 80%. 엔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을 국내 200여 곳의 협력업체가 납품하고 있다.
강 상무는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과 고급 인력이 있다”며 “올해 5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10만 평 규모의 야외 시험장을 짓고 연간 20명씩 R&D 인력도 채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창원=박 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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