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명품 반열 오르려면 디자인에도 철학이 있어야”

  • 입력 2007년 3월 20일 03시 01분


“좋은 디자인은 ‘호르몬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처럼 명품은 즐겁고 설레는 느낌이 솟아나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디자인은 ‘섹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강희(휴대전화 속 사진)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디자인연구소장은 LG전자의 최대 히트작인 초콜릿폰과 샤인폰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초콜릿폰은 2005년 11월 이후 850만 대, 샤인폰은 지난해 10월 이후 50만 대가 팔렸다. 2005년 MC연구소로 옮겨오기 전에는 DVD플레이어와 오디오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LG만의 맛과 색깔 고민중

차 소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디자인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니 제품에는 ‘소니다움’이 있습니다. 그 회사만의 디자인 문화와 경험이 녹아든 철학이 있다는 말이지요. 디자인에 철학이 있어야 명품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는 이제는 국내 휴대전화 디자인에도 철학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평준화된 상황에서는 뛰어난 디자인만이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물건을 잘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은 물건을 사 가는 사업자들의 입맛을 맞추느라 디자인의 철학이나 정체성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우리도 최근에야 LG만의 맛과 색깔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차 소장은 개인적으로 ‘즐거움과 감성’을 디자인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휴대전화는 기능은 물론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쁨을 주는 제품이다. 이를 위해 초콜릿폰에서는 깔끔한 단순함으로, 샤인폰에서는 스테인리스강 소재의 반짝이는 질감으로 소비자들의 감성 코드를 자극했다.

○디자인은 순수예술과는 달라

하지만 그는 디자이너로서는 의외로 “디자인이 제품의 기능성을 해치는 ‘주객전도(主客顚倒)’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자인은 기술에 아름다운 ‘옷’을 입히는 것이며, 따라서 순수예술이 아니라 생활 속의 예술이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나치게 젊은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고객이 점점 다양해집니다. 지금은 캐주얼을 좋아하는 중년층도 많고 의외로 보수적인 젊은 사람도 많습니다. 또 젊은이들만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큰 회사일수록 모든 계층에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 소장은 홍익대와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1991년부터 LG전자에서 근무해 왔다. 독일의 레드닷(Reddot) 디자인상과 국내의 우수디자인 상품전 대통령상 등 국내외에서 20여 개의 상을 받았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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