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토종 디자인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 한글-한국 전통문양 디자인에 접목

“커피 향을 마치 동양화의 난초처럼 그렸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서양의 아침을 한국적으로 표현한 거죠.”(스와치그룹의 가브리엘 우르들 제품개발 매니저)

스위스의 세계적인 시계회사 스와치그룹은 올해 봄여름 신상품으로 ‘카페 파우제’라는 이름의 시계를 내놨다.

이 시계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3학년 김상훈(24) 씨가 디자인한 것으로 전 세계 5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스와치그룹 본사가 2005년 스와치그룹코리아가 주최한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한국적 미(美)를 강조해 우수상을 수상한 김 씨에게 신상품 디자인을 요청해 탄생시킨 작품이다.

우르들 매니저는 “한국의 아름다움이 담긴 시계가 전 세계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술작품을 제품 디자인이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아트(art·예술) 마케팅’이 뜨고 있는 가운데 ‘코라덕트’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코라덕트(Koraduct·Korean-Art-Product)는 한글이나 한국 전통 무늬, 한국 작가의 예술 작품을 디자인에 접목한 제품을 뜻한다. 외국 아티스트 작품이나 서구 스타일의 디자인 대신 한국적인 미와 이미지를 강조한 상품을 말하는 것.

○ 전자제품 가구 신용카드 등 잇달아 선보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적인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면서 최근 코라덕트를 내놓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가구, 인테리어 제품은 물론 전자제품, 신용카드에도 코라덕트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LG전자가 선보인 휴대전화 ‘샤인 디자이너스 에디션’에는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디자인한 한글 글자체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원문이 씌어 있다. 정보기술(IT)기기에 한글 디자인이 적용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나카드가 맞벌이 부부나 커플을 대상으로 내놓은 ‘둘이하나 카드’는 한국화가 육심원 씨의 캐릭터 그림을 바탕으로 디자인됐다.

가구회사 한샘은 지난해 성덕대왕신종을 본떠 당초무늬를 새기고 옻칠 느낌을 살리는 등 전통미를 강조한 부엌가구 브랜드 ‘키친바흐’를 선보였다.

LG화학의 인테리어 브랜드 ‘지인(Z:IN)’도 지난해 김기창 화백의 작품으로 만든 벽타일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적용해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 디자인에 부는 오리엔탈리즘 바람

기업들이 코라덕트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적인 디자인이나 이미지의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

LG전자의 이종진 마케팅 실장은 “처음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던 서구적인 디자인과 영어로 된 이름이 흔해져 소비자들이 식상하게 여긴다”며 “오히려 흔히 볼 수 없는 한국적 디자인이 희소성을 가지면서 ‘프리미엄’으로 취급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웰콤 마케팅 연구소의 김동섭 연구원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적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신선함, 독창성, 고급스러움으로 비치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오리엔탈리즘을 디자인에 접목하고 있는 외국의 트렌드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한샘DBEW디자인센터의 이동진 수석 디자이너는 “서구 디자이너들이 일본의 ‘젠 스타일’에 이어 최근 중국 시장을 겨냥해 동양 문화를 접목한 새로운 디자인을 찾고 있다”며 “한국 기업도 이런 추세를 따라 한국 전통의 미를 접목한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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