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께선 얼마짜리 종신보험에 들었나요?”
말문이 막혔다. 그는 가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생 혼자 살 계획이어서 본인 사망 후 가족의 생계를 대비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사실 모든 가구에 보장자산이 많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가족 구성 형태가 다르니까요.” 설계사는 뒤늦은 설명이 변명처럼 느껴져 낯이 뜨거웠다고 한다.
이 설계사 말대로 1인 가구, 무(無)자녀 맞벌이 가구, 부모 중 1명만 생존해 있는 가구 등이 우선 가입해야 하는 보험은 일반 가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조기 사망 위험에 대비한 보험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예상보다 오래 생존할 때를 대비해 간병, 질병, 상해보험 등에 가입하는 게 낫다. 자녀를 낳지 않을 계획인 맞벌이 부부도 마찬가지.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사망해도 나머지 한 명의 소득이 있는 만큼 생활고를 겪을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이런 가구도 배우자가 몸져누울 때에 대비한 보험을 우선 고르는 게 좋다. 반면 부모 중 한 명만 살아 있는 이른바 ‘한 부모 가구’는 종신 및 간병보험 등이 모두 필요하다. 가장이 조기 사망하거나 병에 걸리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1, 2인 가구의 실제 보험 가입 행태는 어떨까. 통계청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1, 2인 가구는 2000년에 비해 17만4000가구 늘어난 반면 4인 가구는 15만8000가구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3년간 1, 2인 가구의 연간 보험료 납입액은 5.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구 수가 감소한 4인 가구의 보험료 납입액이 15.2%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4인 가구에 비해 1, 2인 가구가 예기치 못한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는 셈. 1, 2인 가구가 실제 가입하는 보험도 질병이나 상해보험보다는 종신이나 저축성보험이 많다고 한다.
가구마다 주로 대비해야 할 위험의 종류를 따져 보험에 가입하는 게 보장자산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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