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호’ 향후 과제는…회장단 갈등 서둘러 치유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의사 진행 발언 있습니다.”

20일 오전 11시 50분경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시 총회가 열리고 있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 회관 20층.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이 발언권을 요청하자 행사장은 잠시 술렁거렸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달 열린 총회에서도 강신호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앞에서 ‘70대 회장 불가론’을 주장해 조 회장의 회장 선임을 무산시킨 ‘주역’이었다.

그는 “강신호 회장이 3연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고, 조건호 부회장 등 사무국은 회장 선출 과정에서 난맥상을 보였다”며 “이분들이 전경련의 위상에 너무 큰 상처를 남겨놓았다”며 두 사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 명예회장은 “고교 선배인 조 회장과는 아무런 원한관계도 경쟁관계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명예회장이 펜으로 직접 쓴 A4 용지 8장 분량의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강 회장의 표정은 굳어졌다.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2개월 가까이 이어져온 전경련의 파행과 진통은 우여곡절 끝에 ‘조석래호(號)’ 출범으로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이날 임시총회의 ‘풍경’은 앞으로도 쉽지 않은 항해가 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전경련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회장 선출 과정에서 확인된 재계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해야 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회장 선출 과정에서 전경련의 개혁을 요구하며 부회장직을 사임했다. LG그룹은 오랜 기간 전경련과 거리를 두고 있고 삼성, 현대·기아차 등 나머지 4대그룹의 참여도 저조하다.

전경련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문제도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경련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중도하차 이후 ‘해체론’과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기업을 대표하는 본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조 신임 회장은 “전경련이 재계 대표 단체로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도 염두에 두고 일을 해나갈 것”이라며 “목소리가 안 나오고 참여가 저조한 문제는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상법 개정안 등 재계와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확연히 다른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와 대통령선거의 해라는 민감한 시기에 어떤 식으로 적절한 ‘자리매김’을 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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