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Focus]‘입맛’ 까다로워진 ‘기업의 입’

  • 입력 2007년 3월 24일 03시 01분


약사… 엔지니어… 세일즈맨…
기업 홍보, 전문가들이 ‘전문적’으로 뛴다

[1] 전문 분야 속속들이… 홍보 때 오류 줄여

헬스케어 전문 홍보대행사인 엔자임의 이혜규 사장은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한 약사 출신이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로슈의 비타민 정보센터 홍보책임자로 홍보업무에 뛰어든 이 사장은 현재 대웅제약, 한국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MSD 등 여러 제약사의 홍보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이 사장은 “환자에게 약을 조제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전직(轉職)하게 됐다”며 “특히 제약이나 의료 홍보는 전문 지식이 뒤따라야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기업홍보 분야의 주력 멤버들은 오랫동안 홍보업무를 맡으면서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지닌 ‘정통 홍보맨’이나 언론계에서 옮겨온 전직 기자 출신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색 경력’의 전문가들이 점차 늘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회사의 업무와 경영전략, 내부 사정에 밝은 ‘전문가 홍보맨’들은 정보 전달 과정에서 자칫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줄이면서 ‘정통 홍보맨’이 지닌 장점을 몸에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경제이론 술술… 의약정보 손쉽게…

올해 1월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홍보파트장에 임명되면서 삼성의 홍보업무를 총괄하게 된 윤순봉 부사장은 경영학 박사다. 16년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한 ‘삼성의 핵심 브레인’인 윤 부사장은 홍보업무는 처음이지만 강연이나 언론 기고, 저술을 통해 어려운 경제이론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SK㈜는 올해 초 회사에서 인사 및 노무 전문가로 자리를 굳힌 김영태 전무를 홍보 총책임자인 홍보기업문화실장으로 발령했다. 김 전무의 기용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한층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동양그룹 홍보실장인 이성문 상무는 시멘트 공장 공장장을 지낸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이런 현장경력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시멘트 공장의 공정(工程)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상무는 ‘정통 홍보맨’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그룹 내 위상이 더 높아진 김영훈 전무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녹십자 홍보담당 정수현 상무는 1984년 녹십자에 입사한 이후 공무원을 주로 상대해 왔다. 의약정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정 상무는 전문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녹십자 경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3] 현장 누비던 영업맨들 홍보맨으로 변신

현장을 누비던 영업맨 가운데에도 홍보맨으로 성공적 변신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

SK네트웍스 홍보실장인 이근필 상무는 해외 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정통 종합상사맨’이다. 중국 베이징(北京) 지사 부장,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사장 등을 거쳐 2003년부터 이 회사 홍보실장을 맡고 있다.

LG파워콤 김종천 상무는 현재도 영업과 홍보를 겸임하고 있는 영업통이다. 옛 데이콤에서 1998년 전북 지사장을 시작으로 전화영업, 공공금융영업, 법인영업 등 영업직을 두루 거쳤다.

대우증권 김진걸 홍보실장은 10년이 넘는 지점 영업 경력이 있다. 서울 가락동 지점장을 지낸 김 실장은 본사에서도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영업 비중이 높은 증권업계에서 김 실장은 현장에서 쌓은 탄탄한 경험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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