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통에 담겨있는 시원한 수입 맥주는 피서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김 씨는 여름 동안 '버드 아이스' 맥주를 10만 병이 넘게 팔았다.
하지만 김 씨가 판매한 맥주는 모두 불법적인 경로로 유통된 '폐기용 맥주'였다.
서울경찰청은 25일 지정한 유통기한(6개월)을 초과한 주한미군 군납용 맥주를 시중 주류전문 판매상 및 술집 등에 팔아넘긴 혐의(관세법 위반 등)로 주한미군 교역처 폐기물 담당 직원 유모(55)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유 씨의 동료 백모(35) 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2005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유 씨 일당이 빼돌려 판매한 '폐기용 맥주'는 병맥주와 생맥주를 포함해 3만 3000여 상자로 이들이 챙긴 돈만 22억 원, 탈세액은 6억 7000여만 원에 이른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주한미군 군납업체 직원, 폐기물처리업자, 주류판매업자 등으로 구성된 유 씨 일당은 수입 맥주에는 제조연월일만 표기되어 있고 유통기한이 명시되지 않은 점에 착안해 폐기처분을 받은 맥주를 시중에 판매하기로 모의한 뒤 폐기처리를 완료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버드 아이스' 맥주 24병이 들어있는 한 상자를 1만 5000원을 받고 주류전문 판매상에 넘겼다. 정상적인 경로로 수입된 이 맥주의 유통가격은 한 상자 당 6만 원 선.
불법으로 유통된 맥주는 서울 남대문시장, 부산 국제시장 등의 주류도매상을 거쳐 전국의 노래방, 술집, 해수욕장 등에서 한병 당 최소 3000원에 판매됐다.
한편 이들은 맥주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콜라, 밀가루, 햄 등도 같은 수법으로 시중에 불법 유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2005년 10월부터 최근까지 폐기처리대상으로 분류된 물품이 5t 트럭 130여 대 분량이지만 이 중 정상적인 폐기 과정을 거친 것은 단 한 대도 없었다"며 "폐기처분되어야 할 식품이 광범위하게 유통되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이들이 빼돌린 폐기처분 대상 물품들이 서울 남대문시장 등 수입 식품 유통상가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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