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기관투자가 “이의 있습니다”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1.주가 관리서 경영 참여로

경비업체인 에스원은 올 2월 주주총회에서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지난해 90억 원에서 올해 150억 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상정했다가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순이익이 2005년 726억 원에서 지난해 825억 원으로 약 13.6% 증가한 것에 비해 임원의 보수 인상이 지나치다는 것이 이유였다.

‘반대표’를 던진 한국투신운용은 “원안대로 가결됐지만 회사 측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26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12월 결산법인 1561개사 중 1211개사(77.6%)가 주총을 마쳤다.

그동안 배당 증액이나 자사주(自社株) 매입 등 주가관리 측면에서 접근해 오던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주총에서 이사 선임, 신규 사업 진출, 주식 발행 등 경영의 핵심 안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2007년 주요 기업 주주총회 결과
기업내용
SBS회사 측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 안건이 공동 창립주주인 한주흥산 등의 반대로 부결
현대상선정관 변경을 통해 신주를 우호세력에 넘기려 했으나 현대중공업 등과 소액주주의 반대로 무산
샘표식품2대 주주와 이사 선임을 놓고 벌인 표 대결에서 회사 측이 승리
현대모비스회사 측이 경영 안정성을 이유로 도입한 ‘이사진에 대한 시차임기제’에 기관투자가가 반대했으나 가결
두산중공업시민단체가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등기 이사 선임을 반대했으나 회사의 원안대로 가결
동원개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가 추천한 비상근 감사 선임 시도 무산
대한방직2대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주총 표 대결에서 부결
삼성중공업회사 측의 이사 보수 한도를 올리는 안건을 기관투자가가 반대했으나 원안대로 승인
자료: 각 회사 공시

2.현대모비스 두산중공업 등 진땀

현대모비스는 이달 초 주총에서 이사진의 임기를 달리 정하는 ‘시차 임기제 도입’을 추진해 기관투자가의 반발을 샀다.

회사 측은 “이사진이 일시에 바뀌면 경영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PCA투신운용 등 기관투자가들은 “경영부실이 있어도 원천적으로 이사진을 갈아 치울 수 없다”고 맞섰다.

증권가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의 ‘유력 물건’으로 자주 거론되는 포스코는 이번 주총에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발행할 수 있는 신주(新株)와 전환사채의 규모를 각각 1조 원(액면가 기준)에서 2조 원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하지만 슈로더투신운용은 “주식 수가 늘어날 수 있어 주가에 부정적이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두산중공업은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앞두고 소액주주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7시간의 ‘마라톤 주총’을 거쳐야 했다.

영창실업은 소액주주들이 이사 선임,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요구한 데 대해 “올해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50% 늘어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9일까지 기관투자가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공시 건수는 22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63건보다 50.3% 늘어났다. 안건에 대한 반대비율도 0.37%에서 0.55%로 증가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이 2005년 말 34조 원에서 지난해 55조 원으로 급증한 데 힘입어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처음 의결권 행사 원칙을 신설하는 등 주총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투자자의 주주 의식이 높아져 이전처럼 회사 측의 안건에 무조건 찬성표를 던질 경우 배임 등의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이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이 경영진과의 ‘힘겨루기’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대신증권이 26일까지 주총 결과를 공시한 596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부결 안건이 포함된 회사는 18곳(3.0%)에 불과했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기관투자가가 표 대결에서는 지더라도 사회적 관심을 고조시켜 경영진을 견제하고 있다”며 “단기 이익에 치중하기 쉬운 소액주주와 장기 비전을 추구하는 경영진의 의견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