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A는 그림의 떡”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국내 사모투자 펀드(PEF)는 이제 걸음마 단계여서 투자자 모집이 참 어렵습니다. 최저 5년이 걸리는 장기 투자를 기관투자가들이 꺼리기 때문이죠.”

현재 4개의 PEF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행 사모펀드실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 은행은 지금까지 18개의 중소기업에 유상증자 형태로 지분 참여를 했지만 거대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PEF 운용 경험이 없어 전략적 투자가 미미했으며 자금조달과 자산운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도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국내 PEF 시장은 2004년 12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미래에셋1호’를 내면서 시작된 이후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개의 PEF가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돼 있다.

그러나 국내 PEF의 펀드별 규모는 M&A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아직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M&A 매물의 자산가치가 대부분 1조 원 이상인 데 비해 이들 국내 PEF의 평균 규모는 출자약정액 기준으로 230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6일 ‘사모투자펀드(PEF)의 현황과 과제’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2004년 정부가 국내 자본에 의한 기업의 인수와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PEF 제도를 도입했으나 아직까지 규모와 질적 수준이 모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에 대한 PEF 출자제한을 완화하고 연기금 등에 대한 재간접 투자를 허용해 기관투자가의 PEF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산은과 기은의 PEF 출자는 각각 기간산업 발전 및 구조조정 목적의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등 최근 M&A 시장의 주요 기업 매물은 국내 PEF 규모로는 인수가 불가능한 실정”이라면서 “외국자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 완화로 국내 PEF의 대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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