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여기서 근무하지 않았나요?” “네, 손님. 절 기억하시네요? 저 다시 왔어요.”(웃음)
하나은행 신입 여행원 장성애(40) 씨는 26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하나은행 답십리지점에 첫 출근을 했다.
이달 초 하나은행 ‘전업주부 빠른창구 행원’ 공채에 합격한 뒤 지난주 4일간의 기본 직무교육을 마치고 이날 지점 발령을 받은 것.
첫 출근이었지만 장 씨에게 은행은 전혀 낯설지 않다. 그는 1986년 고교 졸업 후 서울신탁은행(1995년 서울은행으로 명칭 변경)에 정규직으로 입행했지만, 외환위기 직후 불어 닥친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해 가지 못했다.
“1998년 당시 상당수 여행원들이 은행을 그만둬야 했어요. 저도 서울은행 왕십리지점에서 계장으로 일하다가 명예퇴직을 신청했죠.”
하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창구인원이 부족해지자 은행 측은 그해 곧바로 장 씨에게 계약직 근무를 제의했다. 이후 그는 왕십리와 답십리지점에서 6년을 일하고 2003년 퇴직했다. 그 사이 서울은행은 2002년 하나은행에 합병됐다.
장 씨는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없이 보냈다”며 “다시 일을 하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하나은행이 실시한 전업주부 공채에는 2만2000여 명이 지원해 이 중 359명을 최종 선발했다. 경쟁률은 무려 61 대 1.
합격자 중 40대가 58명(16.2%), 35∼39세가 157명(43.7%)으로 30대 중반 이상이 216명(60.2%)에 이르렀다. 또 324명(90.3%)은 은행 근무 경력이 있었고, 31명(8.6%)은 제2금융권출신이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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