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죽는다는 검투사의 정신을 우리은행 임직원들과 공유했던 것 같습니다. 3년의 임기 동안 주변에서 과분한 칭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26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강당에서 열린 행장 이임식에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의 마지막 모습은 ‘승리한 검투사’를 연상하게 했다.
재임 기간 중 우리은행을 자산 기준 국내 2위 은행으로 도약시킨 그의 ‘업적’이 파워포인트 자료로 상세하게 스크린에 소개됐다. 발 디딜 틈 없이 강당을 채운 600여 명의 임직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앞으로 남산 산책길에 피어난 벚꽃을 볼 때도, 밤늦게 불이 켜진 지점의 간판을 볼 때도 여러분을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은행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황 전 행장은 ‘우리의 임은 당신’이라는 사원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차기 은행장으로 선임된 박 행장은 ‘낙하산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 노조의 반대에 부닥쳐 취임식이 열리는 강당은커녕 아예 본점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노조의 저지로 오전 주총 참석은 물론 오후 취임식마저 무산됨에 따라 은행 측은 박 행장의 취임식을 연기했다.
박 행장은 “은행 현안을 파악하고 여러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싶다”고 노조에 제의했지만 노조는 “신임 행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는 이날 우리은행장 취임식이 무산된 이후 LG카드 사장 이임식에 참석해 그간의 업적을 축하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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