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받은 이임식, 저지 당한 취임식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홀가분한 황영기 전임 행장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이 26일 임직원의 박수를 받으면서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 강당 이임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제공 우리은행
홀가분한 황영기 전임 행장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이 26일 임직원의 박수를 받으면서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 강당 이임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제공 우리은행
곤혹스러운 박해춘 신임 행장 박해춘 신임 우리은행장이 26일 노조의 저지로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에 들어가지 못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장원재 기자
곤혹스러운 박해춘 신임 행장
박해춘 신임 우리은행장이 26일 노조의 저지로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에 들어가지 못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장원재 기자
우리은행 신·구행장 엇갈린 두 표정

“지면 죽는다는 검투사의 정신을 우리은행 임직원들과 공유했던 것 같습니다. 3년의 임기 동안 주변에서 과분한 칭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26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강당에서 열린 행장 이임식에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의 마지막 모습은 ‘승리한 검투사’를 연상하게 했다.

재임 기간 중 우리은행을 자산 기준 국내 2위 은행으로 도약시킨 그의 ‘업적’이 파워포인트 자료로 상세하게 스크린에 소개됐다. 발 디딜 틈 없이 강당을 채운 600여 명의 임직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앞으로 남산 산책길에 피어난 벚꽃을 볼 때도, 밤늦게 불이 켜진 지점의 간판을 볼 때도 여러분을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은행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황 전 행장은 ‘우리의 임은 당신’이라는 사원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황 전 행장이 모든 임직원들에게서 ‘우렁찬 박수’를 받으며 떠났다면, 박해춘 신임 행장은 노조의 반대로 ‘우울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이날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차기 은행장으로 선임된 박 행장은 ‘낙하산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 노조의 반대에 부닥쳐 취임식이 열리는 강당은커녕 아예 본점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노조의 저지로 오전 주총 참석은 물론 오후 취임식마저 무산됨에 따라 은행 측은 박 행장의 취임식을 연기했다.

박 행장은 “은행 현안을 파악하고 여러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싶다”고 노조에 제의했지만 노조는 “신임 행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는 이날 우리은행장 취임식이 무산된 이후 LG카드 사장 이임식에 참석해 그간의 업적을 축하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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