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 인기는 휴대전화를 타고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발라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발라드가 항상 인기를 누려오기는 했지만 10대 취향의 댄스 음악 히트곡도 매년 나오곤 했다. 그러나 이제 가요 순위에서 댄스나 힙합 곡은 찾기 힘들다. 댄스 음악으로 알려진 이효리도, ‘쿨’의 이재훈도 발라드 곡을 발표했다. 왜 그럴까. 신나는 일이 없는 사회 분위기의 반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 음악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음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온라인 음악 시장의 특성이 음악의 장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음악을 즐기는 기기가 음악의 소비 성향을 바꾸고 있다. 술독이 술을 빚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음악시장 급속 팽창

한국의 음악 시장 규모는 2004년을 기점으로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음반 시장을 누른 뒤 계속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05년 온라인 음악 시장의 규모는 2621억 원.

이 중 휴대전화 벨소리와 통화 연결음 시장은 연 2251억 원으로 전체 온라인 음악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내려받기나 스트리밍은 370억 원으로 많지 않다.

물론 7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불법 내려받기 시장이 있지만 이 시장에서의 수익은 음악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결국 가수나 음원 권리자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은 휴대전화 시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휴대전화 음악은 여느 음악과 다르다. 벨소리나 통화 연결음 음악은 30초, 60초로 구성되어 있어 전 곡을 듣기 힘들다. 이러한 구조에서 유행하기 알맞은 음악이 발라드라는 것이다.

음원 공급 업체 블루코드의 서혜식 이사는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분이 벨소리나 통화 연결음에 사용되는데 발라드의 클라이맥스는 기승전결로 구성돼 차용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음악의 도구화

발라드가 유행하는 데는 음악의 개념이 변한 것도 한몫을 했다. 오프라인 음악은 듣고 즐기는 데 소비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휴대전화 벨소리나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은 남에게 들려주고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듣기 편한 발라드 곡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소비자들은 시끄러운 음악을 벨소리나 통화 연결음으로 정해 놓으면 예의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상대방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발라드로 ‘나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음악계에서는 이러한 대중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확대재생산해서 발라드만을 만드는 시장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흐느끼는 듯한 창법의 ‘sg워너비’ 음악이 한번 큰 인기를 끌자 계속해서 이런 종류의 음악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돈이 되는 음악’은 발라드고 시장은 발라드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SK텔레콤의 2006년 벨소리 및 통화연결음 인기 순위
순위노래가수
1내 사람: Partner For Lifesg워너비
2사랑 안 해백지영
3장윤정
4미친 사랑의 노래씨야
5까만 안경이루
6그 남자 그 여자 바이브
7Untouchablesg워너비, 김종국 등
8(*)비행기거북이
9여인의 향기씨야
10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스윗 소로우
11편지김종국
12(*)LOVE ALL가비 엔제이 프로젝트 그룹
13소리쳐이승철
14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버즈
15(*)Hold the line조PD&브라운 아이드 걸스
16(*)누나의 꿈현영
17남자답게플라이 투 더 스카이
18널 사랑해
19남자를 몰라버즈
20거리에서 성시경
*는 발라드풍이 아닌 곡.

디지털 음악시장 규모(2005년)
디지털 음악시장(전체)2621억 원
벨소리·통화연결음2251억 원(90.5%)
스트리밍·다운로드370억 원(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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