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제도 개편안 당첨가능성 파악 용이

  • 입력 2007년 3월 29일 11시 51분


이번에 발표된 청약제도 개편안은 지난해 공청회안에 비해 불합리한 점을 줄이고, 항목을 단순화해 일반인도 쉽게 자신의 당첨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게 장점이다.

하지만 소형 유주택자 처리 문제나 중소형 청약예금 및 부금 가입자, 신혼부부, 독신자 등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해 이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무주택 기간 길어야 유리 = 주택산업연구원이 아파트 청약자 설문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번 청약제도 수정안에서 총점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항목은 무주택 기간, 가입기간, 부양가족수 순으로 나타났다.

가령 통장 가입기간이 5년으로 같다고 가정할 경우 무주택 기간이 10년이고, 부양가족이 2명인 A씨는 총점이 44점인지만, 부양가족이 4명으로 2명이 많지만 무주택기간이 4년으로 짧은 B씨는 총점이 42점으로 A씨보다 2점 낮게 된다.

연구원이 아파트 청약자 설문을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에서도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총점이 높았지만, 부양가족수가 3명인 사람의 평균 총점은 34.6점으로 4명인 사람(34.5점)보다 오히려 0.1점 높아 역전현상이 생겼다.

반면 집이 있는 경우는 가점제에서 불리해진다. 주택을 한 채 보유한 경우 1순위 청약자격이 없고 2순위 청약만 가능한데다 2주택 이상인 경우는 2순위에서도 보유 호수별 5점씩 감점되기 때문이다.

집이 세 채면 무려 15점이나 깎인다. 결국 무주택 여부와 기간이 당첨 확률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게 연구원측 분석이다.

◇ 문제점은 여전 =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청약제도 개편안은 여러 면에서 불합리한 점이 많다.

지난해 첫 공청회에서도 지적됐듯이 신혼부부나 독신은 여전히 가점제에서 불리하다. 정부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세대주 연령 항목을 없앴지만 무주택 기간이나 부양가족수에서 밀리는 것은 여전하다.

직장인은 박모(39)씨는 "독신이나 신혼부부는 나이가 많더라도 부양가족 점수가 낮아 당첨확률이 떨어진다"며 "독신과 만혼이 늘어나는 사회적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소득 무주택자와 소형 아파트를 한 채를 소유한 서민층과의 형평성 문제도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는다. 현행 가점제에서는 수도권의 5000만 원 초과 연립주택을 보유한 사람보다 강남에서 5억 원짜리 전세에 사는 사람이 더 유리한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가구 소득이나 부동산 자산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면 보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무주택자에 대한 배점이 높은 만큼 이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긴 힘들어 보인다.

전용 25.7평 이하 중소형 청약예금 부금 가입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사장은 "서울은 재건축 사업 중단으로 신규 물량이 크게 줄었고, 은평뉴타운 등 인기 택지지구 중소형은 청약저축 가입자 몫"이라며 "특히 정부는 판교, 송파 등 신도시의 공영개발 비중을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의 청약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반발이 불보 듯 뻔하다"고 말했다.

만 30세 이상이거나 혼인신고한 날로 잡은 무주택 기간의 기산점도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목돈이 안 든다는 장점 때문에 20~30대 청약자들이 많은데 초혼 연령은 계속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만 31세의 미혼으로 청약통장을 3년 보유한 K씨는 가점제 총점이 만점인 84점의 6분의 1인 14점에 불과하다"며 "무주택 기간 때문에 젊은층의 내집마련 기회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무주택자로 인정해주는 소형, 저가 1주택 기준도 현실성이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전용 18평 이하이고, 공시가격이 5000만 원 이하인 주택은 아파트의 경우 해당 사항이 거의 없고 그나마 서울의 경우 뉴타운 사업 등으로 단독 연립 다세대 주택도 가격이 올라 그 대상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함 팀장은 "이런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전용 18평 초과 주택에 청약할 때만 '무주택'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은 지나치게 조건이 까다롭다"며 "대상 주택도 문제지만 보유 기간을 10년씩으로 제한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부양가족 점수를 높이기 위한 위장전입이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모를 자신의 주민등록에 옮겨놓고 3년이 지나면 부양가족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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